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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과 풍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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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화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3회 작성일 22-02-06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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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과 풍금




L안느양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습니다


L안느양이 뒤도없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을 때

L안느양은 보이지 않고 L안느양의 잰 발걸음만 보입니다


L안느양은 어디서 어디로 바삐 가고 있는 걸까요?


초록이 점점 줄어드는 계절이었으니

L안느양의 발걸음은 풍금처럼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처음 L안느양의 발걸음을 만났을 때

L안느양은 힐끗 오른쪽을 보는 듯 했는데


그러나 그것은 이미 지나간 일입니다


과녁에 다다른 화살처럼

어떤 계절의 초입은 부르르 전신을 떱니다


그런 계절에 당도한 L안느양은 또렷합니다

사과를 한 입 베어 문 L안느양이 붉어집니다


드디어, 눈과 귀와 코와 입이 옛 사람을 닮아갑니다


가는 목선을 따라 내가 드나들던 몸의 윤곽이

낱낱이 보일 때 쯤


적요의 낭하 끝에서 풍금소리가 들렸습니다

한 시절이 L안느양과 나 사이에 오고 갔습니다


눈을 감으면 꿈은 이쪽과 저쪽이 함께 들립니다


흐린 우주를 돌다 온 지구가 연거푸 클랙슨을 울립니다

여기는 계절의 한복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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