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寺에서 > 창작시의 향기

山寺에서

세상은 쥐덫에 달랑거리는 썩은 고등어 대가리였다 

늦은 오후

아버지의 해진 양복 소매 같은 햇살 속으로 걸어가는데

다 같이 쥐를 잡자

쥐약 놓는 날 

4월 11일 오후 다섯시

철 지난 그날의 포스터가 달라붙은 출입문은 타임머신이었을까

마스크 속에서 소곤소곤 

눈치를 기웃거리는 입술들의 오랜 침묵들

그곳에는 

어제 같은 내일과

내일 같은 오늘이

쥐덫처럼 은밀하게 복조리를 꿰고 있었다

소주 한 잔보다 쓴 빈 소주병 같은 고행자들이

별무리가 되고 시인이 되어

해 넘는 서산으로 뜨거운 별빛을 쏟아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