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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종이비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5회 작성일 22-02-09 07:44

본문



쇄사 1




                   종이비누




겨울 오후 

블라인드 내린 유리창에

나무 그림자가 찰싹 달라붙는다


뜨겁다


아무도 없는가 방 안

기웃거리며

맨몸의 유리창에 포개어지는

검붉은 불꽃


눈을 감으니 눈에 보이는


밖은 너무 환해

자꾸 안으로 재촉하며 발 구르던

불붙은 그림자


닿은 듯 솔깃하다


불꽃이 잊어버린 돌

물소리가 잃어버린 물

창밖은 정말 너무 환해


온몸 두드리는 푸른 화염의 손자국


새울음 마저 꼭 닫힌

겨울 오후 

방 안


하고도 안 했는가 안 하고도 했는가

차가운 바닥 맨발로 분주한 마음


놓친 듯 흠칫하다


유리창에 떨어지지 않는 오래전 그림자



***



쇄사.2



허약한 유리잔 같은, 눈을

뜨겁게 너무 오래 바라보지 마세요

깨지죠


투명으로 겨우 감춘 누생

분분히 쏟아져요

젖죠


눈꺼풀이 유난히 가벼운

물고기 이름을 불러본 적 있나요

먼 빛으로 읽어도

솜털 같은 햇살 사이 속울음 가득

출렁이는 새를 만나본 적 있나요


만나지 말 것을 후회했다가

그 후회 다시 후회스럽게 만든 사람


나는 알아요

그래도 

나는 몰라요


날선 파편에 엉긴

검붉은 이야기들의 길고 질퍽한 진앙


걷고 걸어

어느 날 이 생의 끝자리

막지 못할 화염으로 솟구칠지도 모를 그 이름


목숨도 하나

그 목숨 다 새도록

단 한번 안아본 기억

 

몇생 되돌아 다시 죽어야

그때 그 기억 속 박힌 유리조각

뽑아질까요


눈 속에 더운 그 샘

눈감을까요


아침마다

아직도 베개 밑 흥건 하네요

꿈, 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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