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의자와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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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32회 작성일 22-02-12 09:07본문
나무 의자와 이정표
장산 초입에 가면 나무색 나무 의자가 홀로 앉아 있다.
지나가는 등산객 한번쯤 앉았을 듯한 의자.
바람에 색 바랜 낡은 이파리들
벌새처럼 날아와 쉬는 의자.
의자에서 일어서면
어디든 택하라고 세 갈래 길을 알리는 이정표가 삐딱하게 서 있다.
이른 아침
젊은 남자가 발길을 멈추고 이정표 앞에 서 있는데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쳐다도 안 보고 우루루 지나간다.
젊은 남자는 나무 밑동 같은 나무 의자에 가만히 앉아본다.
자신의 나이보다 많은 나이테가 그어진 나무 의자.
아직 시작하지 않은 이 남자는 어디로 가게 될까.
문득 삶이 궁금한 나는 슬그머니 그의 옆에 앉았다.
숲속엔
나무 의자가 있고
이정표가 있고
타인이 있고
시처럼,
아직 가지 않은 길이,
있다.
있었다.
의자 곁
메타세콰이어 우듬지에서 떨어진
초록이 묻은 햇살 하나가
헤매는 바람을 움켜쥔 채 사내의 어깨 위를 다녀가고 있다.
댓글목록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려낸 녹차의 향기 같았다가,
한폭의 파스텔화 같기도 하다가,
짧은 독립영화 한 편을 본것 같기도 합니다.
오래만에 오셨네요.
궁금하던차에 시인닝의 시를 접하게 되니
반가움이 앞서네요. 건안 하신지요?
저도 저 의자에 잠시 앉았다 갑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호의에 찬 말씀, 감사합니다.
시를 쓸 마음과 여건이 안 되어 그동안 어려웠는데,
오늘 자그마한 시지만 올리게 되어 위로가 됩니다.
늘 건강하시고 좋은 시로 기쁨 누리시는 나날들 되시길 빕니다.
희양님의 댓글
희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뒤산에 가면 목을 길게 꺼내놓고 있는 목의자에
너덜길 시인님의 시를 읽으니
가시돋친 한숨도 내려놓고
지친 궁둥이 풀석 주저앉아도 미동도 없는 목의자에
감사인사라도 해야겠습니다.
맛깔스러운 문장 전개 솜씨는 여전하십니다.
좋은시 잘 감상했습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즘 시마을 출입을 자주 못하고 있는데,
공감의 말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좋은 시로 행복한 삶이 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