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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나르키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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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0회 작성일 22-02-12 10:43

본문

섬의 나르키소스 / 백록


 


동네 어귀 올레에 줄곧 뿌리를 내린 수선水仙이 몇 날 며칠을 나팔을 불며 나불대고 있다

아마도 몹시 쓸쓸하다는 매무새다

그럴 만도 했겠다

지난날 당신을 사랑한 추사의 향수도 그렇거니와

작금의 인간들 막무가내의 거리 두기에 대한

불평불만이겠지


아! 저 배설


설마, 그런 까닭일까 

아니다 싶은 시선이 이웃하고 있는 동백꽃에게 슬쩍 물어보니

아닌게 아니라 뜸, 아니라는데

가냘픈 몸매의 저 친구들 표정을 보면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단다

삐쭉거리며 수런대는 하얀 입술이 그렇고

노오랗게 수선을 떠는 낌새가 그렇고

이 엄동설한에 몸살을 앓는 남의 속도 모른 채

오래도록 붉게 핀 당신을 시샘하는 거란다

지가 더 이쁘다는 자랑질이란다


혹시, 마농(Manon)을 닮은 마농꽃이라면 모를까

살아봐야 기껏 풀인 주제에

저가 무슨 신선인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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