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을 > 창작시의 향기

시마을

- 비수

詩가 그리운 행간이 A마을과 B마을을 돌아댕기며 시를 훔쳤다

그러나

도무지 시원치 않았다

도대체 시답지 않았다

시시하다고나 할까

하여, 시를 닮은 소리를 찾아 다른 마을을 수소문했는데

여기가 바로 C마을 내지는 시마을인가 싶어

한동안 머물렀는데

이 마을엔 별명을 단 귀신들만 부지런히 들락거린다

아마도 사람들이 살지 않는 것 같다

마을의 풍경 같은 詩體들조차

죽은 屍體로 비치는 걸 보면

용비어천가처럼 뿌리 깊은 시도 없고

월인천강지곡처럼 거룩한 시도 없다

서정은커녕 뿌리 없는 줄거리들이 마구 들락거리고

대신, 천하디 천한 문체들이 주름을 잡는다

간혹, UFO 같은 비행체들이 날아와

마을을 어지럽힌다

그런 까닭으로 나도 언제부턴가

이 마을의 귀신으로 산다

飛獸라는 유령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