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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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44회 작성일 22-02-27 11:10본문
오감도五感圖/ 백록
절기는 봄인데도 아직 겨울인 거리엔
14인의 어른들이 놀고 있소
왕 따먹기 놀이라 하오
제1의 어른이 발길질을 하고 있소
변인 즉, 코로나를 물리치는 거라는데 이른바 부스터-킥이라 하오
어쩐지 대장동 조감도가 망막으로 얼씬거려요
제2의 어른이 주먹질을 하고 있소
변인 즉, 나름대로의 다짐이라는데 정의를 앞세운 어퍼컷이라 하오
슬그머니 서초동의 함성이 달팽이관을 자극해요
제3의 어른이 비시시 웃고 있소
변인 즉, 웃고 싶어 웃는 게 아니라 하오
노동자들을 대변하느라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 웃는 거라네요
그들을 생각하면 저의 비점막이 울컥거려요
제4의 어른은 그 표정이 사뭇 날카로워졌소
변인 즉, 늘 순진하게 양보만 하다 보니 이 지경이라네요
순간, 제 혀의 맛봉오리마저 떨떠름하오
제5의 어른은 무척 생소한데요
변인 즉, 콩나물시루 같은 전철로 출퇴근하는 시민이기 때문이라는데
갑자기 손발이 저려오네요
제6의 어른은 제법 늙었는데도 공중부양으로 날아다닐 듯하고요
제7의 어른은 스스로 사회주의라 떳떳하게 밝히고 있고요
제8의 어른은 부정선거의 진실을 밝히겠다며 목청을 돋우고 있고요
제9의 어른은 금기를 깨겠다며 일곱 가지 약속을 하고 있고요
제10의 어른은 우파가 구국의 최선인 양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소
제11의 어른은 부정부패의 쓰레길 확 치우겠다고 큰소리치고 있소
제12의 어른은 당신의 땀이 빛나도록 하겠다며 활짝 웃고 있소
제13의 어른은 오직 경제와 통일을 부르짖고 있소
제14의 어른은 덥수룩한 수염의 턱을 주먹으로 받치고 있소
거리엔 14인의 어른들이 난잡하게 제멋대로 놀고 있소
꿍꿍이를 감춘 저희끼리 이러쿵저러쿵 씨불이며 말도 많고 탈도 많은데
노는 짓들을 보면 요즘 유행하는 오징어 게임보다 당최 못하오
시쳇말로 아이들 땅따먹기보다 못한 제비뽑기라 부르는 게
차라리 어울리겠소
어리석은 백성들
이들의 사탕발림에 쉬이 휩쓸리지 않으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겠소
거리엔 그 광경을 훔쳐보던 떼까마귀
그 배설의 감상문이 몹시 치닥거리는데
마치, 똥칠한 문체처럼 비릿하오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심심풀이 드로잉(Drawing) / 백록
새벽이 무너지는가 싶더니
눈꺼풀도 열렸습니다
늙은 동공에 불을 붙이고 한라산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느적 흐느적
그 시작은 출렁이는
해발 0
태평양 기슭 동쪽 바다
우도 소머리오름
땅콩이 고소하게 비칩니다
성산 일출봉 180
너머 넘어 마주한
다랑쉬, 아부, 거문, 붉은
오름으로
벵듸로
오르락내리락
들숨의 곶자왈로
들락날락
사라 그리고
구름 몇 점 그리고
백록담 1950에 정점을 찍고
윗새 그리고
바람 몇 점 그리고
어승생, 노꼬메, 새별, 문도지
오름으로
벵듸로
오르락내리락
날숨의 곶자왈로
들락날락
고산 수월봉 78
넘어 너머 마주친
차귀도
황우럭이 일몰을 품었습니다
차이나를 향해 일렁이는 서쪽 바다
마침내
해발 0
그럭저럭
한라산을 다 그린 동공에 불을 끕니다
한낮엔 하늘 근처가 희끗거렸는데
어느새 땅거미 몰려와 껌껌합니다
이제 그만 자렵니다
시계 0
Good 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