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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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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미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23회 작성일 22-03-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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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미소..




빈 가을을 깨워 놓고 당신은 무엇을 감상하시나요

꽃 한 번 피지 못하고 말라버려
거둘 것 없는 가을 

눈부신 황금물결의 기형 쭉정이 

사태는 크고 빈 가을의 지하실은 젖는다
봄여름에 잠들어 가을에 눈을 떴으니
가을이 되어서야 이 사실을 인지했으니

지하의 연대를 더듬어 내려간다
가계 DNA
환경적 병든 습성
우울증이 만든 무지
무지가 만든 삶
삶이 만든 자학
정신적 학대에 기형이 된 영혼

나는 이 모양으로 거기 있었구나
그 무의식에 덮인 지하를 당신이 나에게 찾게 했구나
당신은 그 밑바닥을 먼저 보고 있었구나
내 삶이 모두 부끄러움인 줄 알게 한 당신
의식하지 못한 채 
동경이 되고 존경이 되고 감히 사랑이 되었구나
허상처럼 먼 곳에 계신 당신은

전심을 다해도 좁혀지지 않는 거리
그 거리가 나를 여기로 불렀고
눈 뜬 가을부터 골절이 되도록 봄여름을 복구하고 있으나
할수록 당신은 견고하고 높고 깊고 멀다
뒤늦은 자각
그 불가능에 오르려는 무모함
멈추지 못하는 갈망

이대로 내가 당신과 인연이 된다면 
하늘배경 뺀 온전한 나는 당신의 감추고 싶은 지하가 되겠다
불행은 끝내 지하에서 덩치를 키워 밖으로 나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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