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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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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뻐꾸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52회 작성일 22-04-02 02:37

본문

우리는

 

부부는 전생에 원수였다는데

반백년을 섞고 버무려도

물과 기름처럼 따로 노는

우리는

 

싱겁다고 하면 짜다고 하고

춥다고 하면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우리는

 

배낭 매고 나서면 찜질방 간다 하고

티브이 앞에 앉으면 청소기 들고 나타나는

우리는


나무와 전봇대는 헷갈려도

거울 앞에 떨어진 머리카락은

그림자까지 콕콕 집어내는

우리는

 

내생에 다시 만나 아는 체하면

돌이 되어버릴 거라 협박하는

우리는

 

긴 긴 겨울밤

마르고 휘어진 등

말도 없이 내밀면

그것이 꿈결인 양

손톱에 피가 나도록 긁어주는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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