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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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8건 조회 333회 작성일 22-04-10 14:44본문
막걸리 캔
하늘시
페부의 북 소리를 노다지로 울렸던
당신의 마른 기침은
솎아 낸 대추잎 잔 가시가 피워 놓은 손가락 끝
목화꽃이 얼마나 아리는지 곪아 차렸을 것이다
흡기와 호기의 찬서리는
사계절의 농도에 물집 잡힌
물 댄 논둑 허파의 콧물 거름이 되었을까
아버지
당신의 등 껍질을 구운 밭데기는
타 들어간 고랑마다
등골의 심지에 실한 것만 파 내어
자갈밭을 뒹굴다 기역자를 잃어버린 괭이의 울음대신
골수를 다 체취해 가도록
한 여름 뙤약볕의 군불에 뼈를 지진
흙을 안주로만 일구고 살았던
아버지를 고아 황토빛 진한 곰국을 끓였다
호미 모가지를 비틀고 달린 매운 고추처럼
깻잎 머리를 따개주던 심지 곧은 들깨목처럼
죽도록 파 헤치고
죽이도록 따 내어야
들기름 한 병 짜게 내 주던 무식한 주름살 한 자루
해거름을 쥐어 주고야
물 한모금 막걸리 한 잔 목 축여 주었던
붉은 대추 주렁주렁
진절머리 다 털었던
주인의 길일조차 잊은 경운기는
틀니가 파절 된 엔진의 말 머리에
철밥 한 상 차려놓고
녹슨 달빛에 젖어 우는 박새 울음을
삽으로 퍼 내고
한 평 남짓 누운자리
도시의 편의점 한 쪽 구석에서
깻잎 백장을 지불한 캔 한병
소시지같은 대추 몇알 붉게 물고
거품처럼 발효 된 아버지를 훌쩍훌쩍 마신다
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농촌은 지금이 한참 바쁜 시기겠군요.
시를 감상하며 아버지를 그려봤어요.
농촌의 아버지들은 참 힘들겠다 생각이 드네요.
시를 감상하며 좀 뭉클한 생각이 드네요.
좋은 표현도 곳곳에 잘 어울려 시가 더 빛이 나네요.
좋은 시 감상하게 되어 휴일이 행복해 집니다
고맙습니다 ,시인님. ㅎㅎ
남은휴일 잘 보내세요.
늘 건필하소서, 하늘시 시인님.
하늘시님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버지의 길일날
그리움을 주체못해 훌쩍이며 적어 놓았던
부족한 글입니다
서울에 살아도 시골출신이라 ..
저에게는 특별한 시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돌님의 댓글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막걸리 캔 이라는 소재를 의식의 깊은 물살로 끌어들여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으로 변용시키고 있음이
인상적인 시 한 편입니다
아버지 살아 생전에
자식 걱정 가득히 날마다
고단한 삶의 목마름을 달래주었을,
막걸리..
시를 읽으며
저 역시 오래 전에 작고하신
아버지가
가슴 사무치게 그리워집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하늘시님의 댓글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버지와 막걸리는 단짝처럼 붙어 다녔죠
고단한 삶을 잠시 달래주었던 둘도 없는 친구이기도 하구요
동일한 심정으로 공감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남은 시간도 평안하세요^^
tang님의 댓글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심성이 인성되어 천성이 되니 각박과 고난 그리고 험난함이 득이 되어 숭고해질 때 까지
영체로서 존재되어 임 향하는 끝없는 각고의 수련, 모두의 갈 길 이었지만
이제는 헛스럽게 환타지 높음에 비굴할 정도로 어릿해집니다
각오로 지켜내야 하는 명제를 대하는 모양새입니다
하늘시님의 댓글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하늘시의 시를 읽어주시고
댓글 주신 tang 시인님
고맙습니다
건강과 건필을 빕니다^^
코스모스갤럭시님의 댓글
코스모스갤럭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정말 감칠맛이 나고 막걸리라는 술이 빚은양 언어의 정교함 정갈함이 이 진하게우러나옵니다
하늘시님의 댓글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공감의 댓글 감사합니다
남은 하루도 평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