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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중무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784회 작성일 22-04-12 11:17

본문

화중무花中舞 / 백록


 

언제부턴가 나는 벌이었다

산과 들로 꽃망울들 몸살하는 낌새 비치는 순간부터

부리나케 앵앵거리던 수컷이었다

탐나는 것들을 찾아 여기저기 떠돌다 보니

황홀한 꽃차례며 꽃내음 더듬다 보니

 

그것도 잠시

 

비로소 나는 나비로의 변이를 꿈꾸기 시작했다

산들바람에 꽃비들 우수수 떨어지던 날부터

하늘을 우러러 하느작거리며

혹은 추락할까 흐느적거리며

아롱진 아지랑이를 따라

살풀이 춤사위로

한껏 팔랑대며

 

댓글목록

최현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꽃 천지 세상이
흐드러지게 열렸습니다.
꽃을 보며 눈 찌프릴 사람 한명도 없지요.
벌이 꽃을 찾아 평생을 날듯
사내는 꽃을 찾아 일생을 도는듯 하옵니다.
팔랑거리는 춤시위가 유일무이 지상 최고의 춤이 될테지요.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늘도 들녘의 꽃들을 소환하며 흐느적거리고 있습니다
ㅎㅎ

내친김이 한 편 더 올려봅니다///

섬과 봄 / 백록


한가운데로 우뚝 선 건
설문대할망의 혼을 품은 산이요
그 휘하로 옹기종기 모여든 건
삼백예순 남짓의 아들과 딸 그리고 손주들의
초록초록한 생김이며 날마다의 표정들이다
이런저런 오름들의 이름을 불러보면
그 매무새들이 훤히 보인다
 
사방팔방으로 희끗희끗 출렁이는 건
샛바람의 낌새를 읽고 있는
영등할망의 물질이다
무릇, 천 개의 바람이 기웃거리는 곳곳을
묵묵히 지키는 돌하르방들은
한라의 근위대 오백장군의 정기를 이어받은
섬의 초병들이다

산새들 지저귀는 제주시 도심 산중엔
탐라 시조 삼성三姓의 설화가 살고
유채꽃 흐드러진 성산포 근처엔
섬사람들의 모천 같은 전설이 살고
폭포 소리 우렁찬 서귀포 근처엔
진시황의 불로초 흔적이 살고
ᄇᆞᄅᆞᆷ코쟁이 같은 모슬포 근처엔
추사가 사랑한 수선화가 살고

파란만장한 이 섬은
이제나저제나 늘
봄을 위해 산다
비바람 거센 여름도
귤이 익는 가을도
눈보라 치는 겨울도
봄을 향해 산다
어느덧 헛늙어버린
이 몸도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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