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 창작시의 향기

한라산^漢拏山 / 백록

애당초 산은 신격이므로 사람의 이름씨와는 다를 수밖에

하여, 당신의 姓은 누가 뭐래도

山이요

당신의 첫 이름은 부처를 이르는

아라한^阿羅漢이었을 것이다

이윽고 나한으로 부르다

당신의 정기가 은하를 끌어당긴다는

지금의 한라로 바뀌었을 터

옛사람들은 당신의 기침하는 표정이나 할락거리는 기침 소리를 빌어

한때나마 할락산이라 불렀다지만

아무튼 당신의 나이는

어림, 30만 세

불현듯, 나는 오늘 거룩한 당신을 우러러

나의 전생을 낳은 神이라 믿는다

설문대할망의 초상이라 여긴다

여기, 당신의 품속에서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는 건

어리석은 중생들의

선문답일 뿐

제대로 고쳐 말하면

한라산은 할망의 육신이요

물은 할망의 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