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시 > 창작시의 향기

사월의 詩 / 백록

동녘으로 이는 꽃샘 같은 바람이 불면

다랑쉬오름을 오르자

주변머리로 쓰고 지우던 동백꽃들의 붉은 문체들을 곰곰이 살펴보자

한라가 기억하는 이 사월의 그날을 상기하자

허기를 추억하는 고사리 장마가 오면

노꼬메오름으로 오르자

잠시나마 노루의 눈망울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노을을 떠올려보자

젊은 베르테르의 편지를 꺼내 다시 읽어보자

바람이 잦아들고 마가 걷히기 시작하면

거문오름 붉은오름 그 오름 다 오르자

사월의 산유화들을 찾아 이 섬의 노래를 부르며 살풀이춤을 추자

벌이 되어 시를 짓고 나비로 날아 시를 읊자

이 사월이 사라지기 전에

오월이 오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