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으로 보낸 편지 > 창작시의 향기

저승으로 보낸 편지 / 백록

해탈한 부처나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에게 여쭈어보는 건 어리석은 인간인 나에겐

도무지 혹은 도대체의 어불성설이고

하여, 고육지책으로 멀리 계실 것 같은

테스 형에게 편지를 보냈다

세상이 왜 이러냐고

나는 왜 이러냐고

제발 가르쳐달라고

주소 불명이란다

가까운 하늘에 계실 것 같은

공자에게 보낸 편지는

자칭, 자왈 자왈하는 이름들이 하도 많아 

한라산자락 가시덤불처럼 수두룩하여

수취인 불명이란다

하는 수없이

나의 근친인 울 할머니에게 편지를 보냈다

세상이 왜 이러냐고

나는 왜 이러냐고

제발 가르쳐달라고

편지는 받으셨는지 못 받으셨는지

역시 소식이 불통이다

저승으로 떠나신 지 어느덧 27년 즈음인데

아직도 구천을 떠돌고 계신 듯

마침, 이승인 여기는 지금 희끗희끗 백팔번뇌 같은

안개구름의 문체들 자욱한데

언뜻, 축축한 저 들녘의 행간을 헤매고 계실까 싶다

아기 고사리들 보살피며 날 부르는가 싶다

혹, 그곳에 가서 삼천배를 하고 나면

나의 궁금증이 풀린다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