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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깐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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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38회 작성일 22-05-04 15:11

본문

  나의 깐부/ 백록


 

                                                           보리깜부기 같은 소싯적 나의 깐부는

                                                                       우리 올래와 큰갯물이었다


  사춘기 시절엔 거북이들 바글바글한 지삿개였다가 달밤에 선녀들이 노닐던 천제연

다가 허구한 날 오백장군이 지키는 한라산 기슭이었다

  한라산만큼은 이후로도 줄곧 나의 깐부에 속하지만 결혼을 하고부터는 깐부 하나가 

더 생겼지만

  각시라는 이름으로

  어느덧 나는 서방이라는 구실에서 하르방이라는 몰골로 외도의 월대천 근처에서 저

물어가는 지금 나의 깐부는

  천태만상의 돌이요 

  변화무쌍의 바람이요 

  파란만장의 바당이다


  딱히, 사람으로는 

  이미 저승으로 간 나의 근친

  그 귀신들이다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무자년 광풍光風 속
귀곡성鬼哭聲 / 백록


억새풀 짓밟히는 소리
서걱서걱
하늬바람이 지나가는 소리려니 했겠지
조릿대 으스러지는 소리
사각사각
대수롭지 않은 소리려니 했겠지 

이윽고 거문오름과 붉은오름을 오르락내리락하며
혹른 큰노꼬메 조근노꼬메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깡충깡충 날뛰는 노루 새끼들
컥컥거리는 소리
그날 밤, 섬의 바람은 몹시 차가웠고
그 섬의 사람들은 벌벌 떨었겠지
삐거덕거리는 창문의 표정을 붙들고 찢어진 창호지 물어뜯는 소리는
아흔아홉골 귀신들이 밤새 우는 소리구나 했겠지
이윽고 숨죽이는 소리는 죽은 자들을 따르는 소리구나 했겠지
잠시 후 숨 고르는 소리는 산 자들의 소리구나 했겠지
그 사이에서 뼈마디 으스러지며 살 떨리는 소리는
한풀이 내지는 살풀이 변주곡이려니 했겠지
부들부들 몸서리치며 빠득빠득 이빨 부딪치는 소리는
어리목 산장의 귀신들이 씨나락 까며 부르는
장송곡이려니 했겠지

동백꽃 피우기 위해 하루가 25시이고
한 해가 열세 달인 그 섬에선
한동안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의
꿈 같은 노랫가락을
‘이래도 사나 이래도 사나’의
타령으로 불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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