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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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54회 작성일 22-05-08 09:28본문
저승 여행 / 백록
가족공동묘지라는 터미널에서
이승의 막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이다
달그락거리는 걸 보니
반달이 이끄는 낡은 구르마다
이윽고 정신머리 잠잠해진 걸 보니
흐리멍덩한 구름 속이다
몽롱해진 가운데 몇 시간이 흘렀을까 싶었는데
어느덧 천 길 낭떠러지다
마치, 블랙홀인 듯
아, 저기 까마득히 비친다
까마귀들 기웃거리는 기정목 아래 큰갯물이 출렁거린다
불볕 아래 아지랑이 아롱대는 그 기슭으로
잔뜩 웅크린 울 할머니
자갈밭 검질을 매고 있다
근처에 어머니는 없다
사방을 둘러봐도 없다
간혹. 나를 낳지 않은 어머니들의 초상들만 얼씬거릴 뿐
아버지는 이제나저제나 한량이라
출타 중인 듯
단발머리 누이가 보인다
머리를 긁적이며 감저빼때기를 먹고 있다
빡빡머리 동생이 보인다
코 질질 흘리며 빠짱치기에 여념이 없다
거기엔 막상 내가 없다
전생 같은 저승
분명코, 그들 가까이
옛 터무니로 떨어졌는데
아, 나는 누구란 말인가
혹시, 그림자였던가
한참을 되묻는데
이승에서 누군가 나를 부른다
무척 익숙한 소리
갈수록 날카로워지는 각시의
날 선 악다구니다
“정신 차립서,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그만 작작하고”
아, 여기 있었구나
멀쩡한 내 육신이
근데, 내 영혼은 어디로 놓고 왔나 싶어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어디에도 없다
젠장!
댓글목록
정민기시인님의 댓글
정민기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태운 선생님의 시적 표현은 과감하면서도
잘 갈아놓은 칼날처럼 예리한 감성이
별처럼 반짝반짝 돋아나 그 성장성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또 밀려와
앞으로도 기대가 됩니다.
그러나 '자갈밭 검질을 메고 있다'에서
밭에 난 잡초를 '매다'라는 표현이 맞는 듯합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이쿠. 맞아요. 매다
자꾸 틀리는 글입니다
베리 굿
감사합니다
우리 정민기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