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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과 명, 그 행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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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7회 작성일 22-05-10 11:55

본문

, 그 행간에서 / 백록


 

 

알량한 명예나 명분은 클린하우스에 버린지 오래다

나는 요즘 눈물로 비친 누명과 오줌발로 비친 오명 사이를 허우적거리고 있다

어쭙잖은 실명實名을 감추느니 차라리 실명失明이면 좋겠다는 간절함으로

하여 오늘 난 마침 거울 앞에 놓인 저울 위로 올라선다

 

상판대기는 어느덧 빌어먹을 몰골인데 갈수록 가벼워져야 할 몸뚱이는 천근만근이다

얼굴은 좌로 삐끗 어깨는 우로 삐끗 아무리 봐도 도무지 중심을 못 잡은 도대체의 밉상이다

세월 따라 이대로 방관하기엔 아직인데도 언제부턴가 허구한 날 술로 화풀이하고

툭하면 담배로 재를 뿌리고 있으니

   

도무지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서

도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싶어서

자신만만하던 지난날 나의 별명들을 소환한다

그 시작은 지금은 차마 입에 담기도 미안한 인터젠틀이었지

주제에 자칭 국제신사라던

그 다음은 좀 더 겸손해지고 싶었는지 테우리로 개명했지

방목된 소나 말처럼 보다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그러다 보니 너무 천하게 비치는 것 같아서

큰 울타리와 그 테두리를 떠올리며 테울이라 고쳤지

그것도 잠시 너무 막연하고 울적하다 느껴져서

지금은 결국, 백록으로 결정했지만

겨울의 한라산을 닮고 싶어서

마냥, 하얀 생각으로 살고 싶어서

   

그러고 보니 참 많이도 변했구나

운명은 어쩜 이미 정해진 것을

이래착 저래착

이러쿵 저러쿵

해도 해도 너무했다

내가 보기에도 이만하면

민망스러울 정도이니

 

이제 그만하면 되겠다

그래 초심으로 돌아가보자

늙었어도 인터젠틀이면 좋겠다

테우리도 좋고 테울도 좋고

지금의 백록도 좋고

설마 이름을 바꿨다고 운명이 바꿔지겠나

마음먹기 나름이겠지

누명이든 오명이든 변명이든 실명이든

이름 명이든 밝을 명이든

혹은 목숨 명이든

행동하기 나름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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