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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들과 함께 노는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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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16회 작성일 22-05-24 18:42

본문

들과 함께 노는 / 백록

 

  

 

시간이 생기는 족족 나는 시를 쓴다

나의 시간은 곧 시를 짓는 것이므로 마구마구

다독多讀은 이미 시간이 부족하다며

다만, 다상량多商量으로 다작다작

 

그런데 오늘은 시간은 저물어가는데 어찌 시상이 떠오르지 않는다

시계를 들여다보니 오후 5시를 지나치고 있는데

가만있자 육십갑자의 지지地支로 보니

정유생인 나를 닮은 유시酉時로구나

그러고 보니 십이지신十二支神

닭의 신이 나를 지켜보는 시간이로구나

지금부터 그럭저럭 쓰다 보면

오늘도 여지없이 술시戌時와 맞닥뜨리겠지

결국, 개를 떠올리겠지

그 개를 망아지 같은 생각으로 강아지라 쓰면 시가 될까

아님, 몽생이 같은 생각으로 강생이로 읊으면 시가 될까

그래도 시답잖으면 술로 달래면 시가 될까

 

그러다 마침내, 내 사주팔자에도 없는 십이지신들 몽땅 들이닥치면

나는 밤새 귀신이 되어 그들과 춤추며 노랠 부르겠지

도로, 인간으로 환생하기 위한 살풀이 행간으로

혹은, 그런 몸부림 같은 몽유의 잠꼬대로

 

어쩌다 재수가 억수로 좋으면

원숭이 신과 함께 부처님도 나투시고

양의 신과 함께 예수님도 오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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