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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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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소녀시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2회 작성일 22-06-03 20:32

본문

천 개의 인연


동해 가는 길에 열 개의 강이 있다
열 개의 바람이 되어 태백 안갯속을 질주하던
기차는 어느 무싯날 천의 얼굴을 만날 것이다

키스하기 좋은 날
연애하기 좋은 어느 봄날
나는 그만 열 개 여인과의 사랑에
넋을 잃고
굉음의 열차가 금빛 블랙홀을 뚫고 나와
동해의 새벽 천궁 속을 헤엄칠 즈음
사람들은 저마다 선잠에 깨어
차창 밖을 바라보며 놀라워했지만
나는 그저 여인의 허벅다리에
술에 취한 심장을 틀어박고 시커먼
개똥철학에 심취했었다
덩달아 사랑하기에 옭아맨 열 개의 바람도
열 개의 강에 멋쩍은 정액을 흩뿌렸고
측백나무 그늘에서 졸지에 줏대 없는
아이를 잉태한 열 개의 강은
밤마다 하늘 정원에 천 개의 무심을 낳았다
무량 지옥 불에 빠져도 정신은 있기에
막걸리 잔에 거꾸로 누워도 할 말은 있기에
핑계는 다만 역설이기에
천 개의 무심은 오늘도 이렇게 외쳐댄다

"저를 잊지 말아 주세요
제 소원은 그것뿐이랍니다"

지금도 동해 가는 길엔
열 개의 강이 있다
열 개의 바람이 되어 한계령 계곡 속을
질주하던 기차가 이제는 천 개의
별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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