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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씨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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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233회 작성일 22-06-25 00:01

본문

수씨때


꽉 잡은 손으로 얼굴을 묻었다 낯익은 포르말린 냄새가 났다 아침저녁 살충제를 마시고 제초제를 게워내는 사람들 세상은 친절하게도 무중력을 동반한 골고다로 길을 낸다 십자가의 길 그 밑 잘린 둥치에서 사색하는 착각과 착시와 착란의 편린들 오늘도 일과를 마치고 크레바스의 한적한 꽃길을 아웅다웅 걸었다 나는 소리쳤다 "야, 개 같은 것들아 보이느냐? 나 여기 있다. 한 판 붙자. 한 번 죽지 두 번 죽나." 길섶으로 코스모스의 날조된 항해 기록이 빗발친다 부러진 어금니를 꽉 물고 늘어진 늙은 사내가 발끝에서 정수리까지 염습을 하고 북두칠성 그 아름다운 처녀림으로 길을 낸다 거미가 몰고 온 널빤지를 닫고 천광석으로 어둠을 못질한다 어둠 속 스키드 마크를 따라 간 막차의 경적소리, 거먼 둔치에서 들개의 울음소리가 어둠을 콸콸 사른다 삼거리 건널목을 지날 무렵 무리를 벗어난 허기진 들개 한 마리가 나의 늑골을 물어뜯고 내장을 샅샅이 발라 먹는다 유등이 벌겋게 강물로 번져 물녘이 활활 타오른다 갠지스가 탄다 

댓글목록

崇烏님의 댓글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지막, 갠지스가 탄다....압권입니다요..
온 몸이 다 타오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침 기온이 참 좋습니다. 환청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풀벌레 소리가 나는 듯하고
벌써 매미가 우나 싶기도 하고
더운 날씨입니다. 오늘 하루도 더위 조심하시고요

벌써 주말이라니, 주말 아무쪼록 건강하셔요
콩트 시인님, 잘 감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콩트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은 홀로 높고 외롭고 쓸쓸하게
올곧게 극한까지 가 보는 자인 것을,

나이를 먹다 보니 초심은
온데간데없고 세상과의 적당한
거리를 두고 타협과 아집으로 물든
속물근성이 꿈틀거리는데
이것을 또 철학이라고 포장하며
떠들어대는......

부끄럽고 부끄럽고 부끄럽습니다.

누가봐도 졸글인 제 글을
늘 좋게 읽어 주시고
좋은 말씀 남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시인님께서도
건강하시고 행복한 시간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grail200님의 댓글

profile_image grail2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콩트 시인님, 훌륭합니다
시가 살아서 숨쉬는 느낌입니다
무르익은 시인의 얘기에 모방이 없습니다
드디어 자신만의 길에 올라섰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어떤 누구도 시인님의 시에 감히 졸작이라 얘기할 수 없겠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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