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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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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48회 작성일 22-06-27 21:50

본문

해금강




1.
어젯밤 백발 노파는 죽음으로 가는
긴 여행을 떠났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북녘 하늘 부모님 품으로
돌아간 것이다
여름 햇살 여우비 틈새로
쇠제비갈매기 한 쌍이 그의 주검을
위로하며 날아가자
통일전망대 망원경의 가느다란 시야가
초록빛 꿈을 피운다


2.
사무라이 일본 군대의 기습으로
초토화된 진주만의 자유가
전차군단 독일 병정을 시베리아
고원에서 전멸시킨 프롤레타리아 혁명과
부딪쳐 피를 흘리고
백두산 구상나무 선단에서
만주 벌판을 횡단하는
개마 무사의 옹골진 말발굽 소리


3.
과거를 감추려는 모순일까
미래를 지우려는 변명일까
포스트모더니즘에 중독된 별 부스러기가
거꾸로 걸어가는 시간의 협곡을
휘돌아 나와
휴전선 사슬의 벽을 무너뜨리자
백발 노파의 주검을 실은 쇠제비갈매기의
비행도 동해로 추락한다


4.
망원경의 시야에서 점차 멀어져 가는
해금강의 주상절리
불현듯 금강산 비로봉에서 날아온
바람 속으로 술 취한 이념의 별똥 별
한 무리가 툭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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