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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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밭
오뉴월 뙤약볕
종일 허리 구부리시고
끼니때 거르시며
오직 밭만을 파셨다
반복된 대물림
발자국 옮긴 자리마다
켜켜이 견딘 흔적
인생 오랜 결론처럼 굳어 버린 등
쓸쓸한 시절을 그렇게
스스로 밭일과 동행하며 사셨다
땅거미 산마루 머무는 허한 눈길에
골만 깊어진 이랑
속이 다 삭도록
터전을 잃지 않으시려
제 몸엣것 다 내어주시고
홀쭉하게 홀로 남아
하염없이 다리를 끄을며 저냥 파셨다
희망하나
간직하고자 견딘 할머니
울 손자 합격했다며
마냥 박꽃같이 환하게 웃으시던
그 해
흙더미 털어 낸 다 닳은 호미처럼
그렇게 돌아가셨다
허다한 일 다 한 늙은 노새처럼
댓글목록
tang님의 댓글

생명이 존중되어야 하는 명제가 흙과 노동의 어둠에서 念을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