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夏至)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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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夏至)의 시간
밤이 되어도 해가 지지 않는다. 나는 돛대 안에서 바닷바람을 한 켠에 풀어 놓았다가
갑판이 삐걱거리는 소리에 밧줄을 천천히
놓아 커다란 돛이 여름하늘 속에 한껏
부풀어오르게 한다.
그러면 범선은 천천히 땅 속으로 기어 들어간다.
내 망막 위에 뜨거운 포피꽃들이 피어 오른다. 보리수 가지에도 수액이 뻗어 오른다. 연보랏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무언가 연보랏빛 안에서 타 들어가는 소리. 무성하게 피어 가로막는 포피꽃들
헤치고 누군가 내 물결 속으로 들어온다. 물결 속 반짝이는 거울이 반으로
쪼개진다. 물결 안으로 스러져 가는
너의 통증으로 내 얼굴을 씻는다. 익사체들을 목 놓아 부른다.
댓글목록
崇烏님의 댓글

돛에 닻을 내리며 감상했습니다.
익사체에 절로 감겨옵니다. 코렐리 시인님
좋은 시간 보내시고요.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