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不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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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색구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43회 작성일 22-07-18 16:14본문
물방울인 듯
무언가 커다란 구체
안이 비어있고 투명한데 겉은 반짝이고 있다.
검은 몸통을 한 커다란 개미 한 마리
뾰족한 다리 끝으로 깨질 것 같은 구체 위를 걸어 다니고 있다.
하나, 둘, 셋 ... 수십 마리가 그렇게 나타나더니
수많은 물방울 위를 걸어 다닌다.
구체는 조금씩 위로 향하고
기어 다니는 소리는 뇌의 겉질을 두드린다.
사각사각...
아니 띠딕 띠딕...
뇌 속을 가득 채운다.
구체는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아
개미는 점점 커지는 것 같아
기괴한 소리가 온몸에 퍼지는 것 같아
10살 소년은 오늘 밤도 꿈을 꾼다.
무서운 건지 이상한 건지도 모른 채
잠을 설치고 있다.
바람이라도 불면 모두 없어질 것 같은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마치 빛조차 없는 진공 속에 홀로 남아 있는 듯하다.
시퍼런 칼날 위의 차디찬 이슬처럼 새벽은 오고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은 물방울처럼 여린 소년은
오늘도 그렇게 천장을 쳐다보고는 어둠 속을 향한다.
댓글목록
tang님의 댓글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영적 우월로 신성의 아성에 섭렵함을 들이대는 오만이 생명력을 갖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