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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의 존엄사 / 화리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화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599회 작성일 22-07-25 14:29

본문

  매미의 존엄사



​여름  내내  울었다

악으로  울었다

흙  먼지  토해  내느라  울었고

7 년  땅  속  억울해  울었다

울고  울어  박제로  굳었다


이제  비단  날개  말라  비틀어지고

미이라  되어

길  바닥에  벌러덩  뒤집어져  누웠다


빈  하늘  뿐이다


내  패악질  울음이

여름  한시절  호령한  것이라  하여도

하늘  난  것을  덤이라  해도


여전히  빈  하늘  뿐이다


풀잎에  묻어  있던  내  울음소리도  가을  낙엽  따라  스러지고

미이라  된  내  몸  바스라져  먼지  될  것  생각하면


이제는  검은  하늘  뿐이다


그때  길  가던  꼬마  녀석이  날  주우려  하자

그  엄마가  말했다

"건드리지  마라"


나도  소리  쳤다

"그래  부디  건드리지  말아  다오"


내  마지막  존엄이다


            다 .  .  .

댓글목록

등대빛의호령님의 댓글

profile_image 등대빛의호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현악기는 그 공명을 극대화하는 울림통이 있지요
매미도 악기 같은 득음을 위해 몸속의 반절이 텅 비어있답니다
그 빈 곳은 사랑으로만 배 불리겠다는 듯 여름보다 뜨겁게 울겠지요
가히 이 시처럼 울보여야 하는 녀석을 시끄럽다고 미워할 수가 없습니다

화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화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공명 구조 때문에 매미의 사체가 그리 오랫 동안 깨끗이 유지 되나요...
사랑으로 배 가득 채웠기에, 배 까고 하늘 보며 누워서도 그렇게 자랑스러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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