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의 존엄사 / 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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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화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04회 작성일 22-07-25 14:29본문
매미의 존엄사
여름 내내 울었다
악으로 울었다
흙 먼지 토해 내느라 울었고
7 년 땅 속 억울해 울었다
울고 울어 박제로 굳었다
이제 비단 날개 말라 비틀어지고
미이라 되어
길 바닥에 벌러덩 뒤집어져 누웠다
빈 하늘 뿐이다
내 패악질 울음이
여름 한시절 호령한 것이라 하여도
하늘 난 것을 덤이라 해도
여전히 빈 하늘 뿐이다
풀잎에 묻어 있던 내 울음소리도 가을 낙엽 따라 스러지고
미이라 된 내 몸 바스라져 먼지 될 것 생각하면
이제는 검은 하늘 뿐이다
그때 길 가던 꼬마 녀석이 날 주우려 하자
그 엄마가 말했다
"건드리지 마라"
나도 소리 쳤다
"그래 부디 건드리지 말아 다오"
내 마지막 존엄이다
후 련 하 다 . . .
댓글목록
등대빛의호령님의 댓글
등대빛의호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현악기는 그 공명을 극대화하는 울림통이 있지요
매미도 악기 같은 득음을 위해 몸속의 반절이 텅 비어있답니다
그 빈 곳은 사랑으로만 배 불리겠다는 듯 여름보다 뜨겁게 울겠지요
가히 이 시처럼 울보여야 하는 녀석을 시끄럽다고 미워할 수가 없습니다
화리님의 댓글의 댓글
화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공명 구조 때문에 매미의 사체가 그리 오랫 동안 깨끗이 유지 되나요...
사랑으로 배 가득 채웠기에, 배 까고 하늘 보며 누워서도 그렇게 자랑스러운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