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 창작시의 향기

때묻은 걸래짝으로 아무리 가슴을
문질러도 잉크처럼 끈적거리는 검정
정신이 현상을 따라 움직이는 열린귀는
깜깜한 조아림 속에서 보이지 않는
지혜를 더듬는다
돌뿌리에 걸려 허우적되고 쓰러지기도
하면서 못난 스스로의 모습은 보이지 않기에
책임지우지 않고 멀리 새들과 인사하는
어린시간을 정답다 여기고
점차 쌓여가는 문답에 해묵은 새벽인사는
어리둥절하게 넘어가고 만다
이제 곧 주름이 잡히고 흰머리가 무성
할테지 평생을 돌맹이를 손에 쥐고
멀리 던지면 될 것을 안스럽게 여긴 작은
고향에서 산 타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 본 적이 없지만 검정으로 물든
두눈과 귀와 마음이 녹음 짙푸른 산의
절경에 한낱 나보다 풍경 안에 머무는
모습을 보며 해먹을 삼킨듯 오장육부가
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