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밤 > 창작시의 향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창작시의 향기

  • HOME
  • 창작의 향기
  • 창작시의 향기

     ☞ 舊. 창작시   ☞ 舊. 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무단인용이나 표절금합니다
▷시스템 오류에 대비해 게시물은 따로 보관해두시기 바랍니다
1인 1일 1편의 詩만 올려주시기 바라며, 초중고생 등 청소년은 청소년방을 이용해 주세요
※ 타인에 대한 비방,욕설, 시가 아닌 개인의 의견, 특정종교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비 내리는 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53회 작성일 22-08-23 09:48

본문

비 내리는 밤 



빗소리가 

창 밖으로부터 온다.

나는 비가 내리는 밤이면 

바다에 가고 싶었다. 


그 섬에 가려면 푸르고 창창한 바다를 건너가야 헸다. 

나는 그 바다를 

배로 두번

비행기로 세번

그리고 끝내 건너가지 못하고 멀리 섬만 설핏 보고

돌아오기를 여러번 했다. 


그 바다에는 

익사체들이 부푼 흰 등을 여기저기 떠올리고 있었으며 

멀리서 검은 고래가 펑 하고 뛰어올라 

한번 솟구친 뒤 영영

심해 속으로 가라앉아 갔다. 

난파한 배의 흔적인 듯 

여기 저기 떠 있는 생활의 파편 흔적. 

들여다보면 신비로운 배의 형용이 

물 아래 가라앉아 있는 듯도 했다.


어떤 날은 섬이 가까이 보이기도 했고

다른 날에는 맑은 날씨에도 섬은 보이지 않고 망망한 바다만이 

손톱끝으로 햇빛을 여기 저기 튀기고 있기도 했다. 


섬에서는 모든 것이 변태(變態)하고 있다는 것이다.

초여름이면 섬여자들이 

하늘 끝까지 솟은 편백나무 위로 기어올라갔다고 한다.

그리고 등부터 서서히 벗겨지며 

점 선 면으로 분해되어 갔다.

나무 위에 여기 저기 붙어 있는 것은 

새하얀 자궁들뿐이었다.  

아이들은 나무 아래를 즐겁게 뛰어다니며

눈 부시게 떨어져내리는 어머니의 잔해를 주웠다. 

아이들은 두 발이 지느러미가 되고 

눈알은 튀어나왔다고 한다.

목 잘린 아이들은

예리한 비늘 잔뜩 돋은 당산목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 어머니의 뜨거운 오줌줄기가 

하늘로부터 내렸다고 한다.  

나무들은 젖어 활활 타 올랐으며

토굴같은 집은 번쩍번쩍 빛을 냈고

사람들 피부 위로 묘목들이 자라났다고 한다. 


너도 그곳에 있었다고 했다. 

너는 돌이 되어 있거나 

흘러가는 빗물 안에 차갑게 누워 더 없이 

쓸쓸해 보인다고 했다.

걷잡을 수 없이 분출하고 있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미묘한 

지하의 열기. 

비 내리는 밤마다 나는 꿈 속으로 깊이 들어갔다가 

화상을 입고 돌아왔다. 


너는 나의 병이었다. 

그 섬은 날 거의 죽음에 이르게 했다.

나는 널 내 폐 속 깊숙이 

고통으로 가장 잘 느낀다.

너는 가장 날카로운 

통각으로만 붙잡히는 병이다. 

너는 내 심장 속에서 가장 농도 짙은

생명을 끄집어내어 고갈시킨다.  

내 폐 속 고름이 폐결핵으로 번져 가는 그 순간이 

너와 내게 가장 황홀한 시간이었다.

너는 더러운 창틀에 앉아 

더러운 침대 위에서 뒤척거리던 불면의 나를 

바라보던 가장 치명적인 

병이었다.  

너는 내 앞에서 시들어 갔다.

너의 손은 늘 젖어 있었고

늘 차가웠으며 

늘 뼛속까지 들여다보였다.  


나도 차가웠다. 

나는 밤마다 창 밖으로 비 내리는 소리를 신음처럼 들었다. 

나직하게 창가에 달라붙는 

마찰음들, 

빗방울이 널찍한 후박나무 잎들을 때리는 소리.

바다에 간다는 것은 

끔찍했던 칠월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청록빛 오리나무 그림자 안쪽으로

바다가 나날이 깊어진다. 

황홀은  

죽음에 이르는 병으로써만 

치유될 수 있는 것이다. 


 

댓글목록

tang님의 댓글

profile_image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열림이 부르는 환성이 사랑의 원을 혜량하는 상태로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울림으로 다가서는 성정 부름이 사랑 각인에게 형용되는 부름이 있도록 헤아림을 이탈한 높음을 원헸습니다
敬으로 인식의 벽을 두드리면서 사랑 역량으로 서로로 있기 원했습니다

Total 552건 2 페이지
창작시의 향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48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 03-15
481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3 03-14
480
북방여우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5 03-01
479
안개 댓글+ 4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4 02-27
478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5 02-17
477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 02-11
476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9 01-26
475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0 01-15
474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9 01-14
473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9 01-08
47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1 12-29
471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 12-24
470
단추구멍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 12-23
469
가라앉은 달 댓글+ 6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 12-22
468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0 12-17
467
구본웅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 12-15
466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5 12-12
465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2 12-08
464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8 12-06
463
가이세키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2 12-04
46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8 12-03
461
디어 에밀리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 12-02
460
낮달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 12-01
459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1 11-08
458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9 11-05
457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5 11-02
456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0 10-30
455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 10-29
454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0 10-27
453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9 10-26
45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3 10-25
451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9 10-08
450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3 09-28
449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2 09-21
448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9 09-19
447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2 09-18
446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5 09-17
445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1 09-14
444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2 09-11
443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4 09-10
44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0 09-07
441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9 09-06
440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2 09-05
439
초가을 비 댓글+ 3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 09-04
438
간이역 댓글+ 4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6 09-03
437
로렐공주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2 09-02
436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2 09-01
435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4 08-31
434
바다 댓글+ 3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8 08-30
433
작은 무덤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7 08-29
43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3 08-24
열람중
비 내리는 밤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4 08-23
430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8 08-22
429
프리다 칼로 댓글+ 6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2 08-21
428
아몬드꽃 댓글+ 3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1 08-20
427
망고 댓글+ 1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3 08-19
426
피터팬 댓글+ 3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8 08-18
425
계단 댓글+ 5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6 08-17
424
값싼 일기 댓글+ 1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6 08-16
423
호박꽃 초롱 댓글+ 5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8 08-15
422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3 08-14
421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3 08-12
420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8 08-05
419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6 08-04
418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8 08-01
417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6 07-30
416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 07-29
415
마마의 카페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6 07-28
414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7 07-27
413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3 07-26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