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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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52회 작성일 22-08-23 09:48본문
비 내리는 밤
빗소리가
창 밖으로부터 온다.
나는 비가 내리는 밤이면
바다에 가고 싶었다.
그 섬에 가려면 푸르고 창창한 바다를 건너가야 헸다.
나는 그 바다를
배로 두번
비행기로 세번
그리고 끝내 건너가지 못하고 멀리 섬만 설핏 보고
돌아오기를 여러번 했다.
그 바다에는
익사체들이 부푼 흰 등을 여기저기 떠올리고 있었으며
멀리서 검은 고래가 펑 하고 뛰어올라
한번 솟구친 뒤 영영
심해 속으로 가라앉아 갔다.
난파한 배의 흔적인 듯
여기 저기 떠 있는 생활의 파편 흔적.
들여다보면 신비로운 배의 형용이
물 아래 가라앉아 있는 듯도 했다.
어떤 날은 섬이 가까이 보이기도 했고
다른 날에는 맑은 날씨에도 섬은 보이지 않고 망망한 바다만이
손톱끝으로 햇빛을 여기 저기 튀기고 있기도 했다.
섬에서는 모든 것이 변태(變態)하고 있다는 것이다.
초여름이면 섬여자들이
하늘 끝까지 솟은 편백나무 위로 기어올라갔다고 한다.
그리고 등부터 서서히 벗겨지며
점 선 면으로 분해되어 갔다.
나무 위에 여기 저기 붙어 있는 것은
새하얀 자궁들뿐이었다.
아이들은 나무 아래를 즐겁게 뛰어다니며
눈 부시게 떨어져내리는 어머니의 잔해를 주웠다.
아이들은 두 발이 지느러미가 되고
눈알은 튀어나왔다고 한다.
목 잘린 아이들은
예리한 비늘 잔뜩 돋은 당산목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 어머니의 뜨거운 오줌줄기가
하늘로부터 내렸다고 한다.
나무들은 젖어 활활 타 올랐으며
토굴같은 집은 번쩍번쩍 빛을 냈고
사람들 피부 위로 묘목들이 자라났다고 한다.
너도 그곳에 있었다고 했다.
너는 돌이 되어 있거나
흘러가는 빗물 안에 차갑게 누워 더 없이
쓸쓸해 보인다고 했다.
걷잡을 수 없이 분출하고 있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미묘한
지하의 열기.
비 내리는 밤마다 나는 꿈 속으로 깊이 들어갔다가
화상을 입고 돌아왔다.
너는 나의 병이었다.
그 섬은 날 거의 죽음에 이르게 했다.
나는 널 내 폐 속 깊숙이
고통으로 가장 잘 느낀다.
너는 가장 날카로운
통각으로만 붙잡히는 병이다.
너는 내 심장 속에서 가장 농도 짙은
생명을 끄집어내어 고갈시킨다.
내 폐 속 고름이 폐결핵으로 번져 가는 그 순간이
너와 내게 가장 황홀한 시간이었다.
너는 더러운 창틀에 앉아
더러운 침대 위에서 뒤척거리던 불면의 나를
바라보던 가장 치명적인
병이었다.
너는 내 앞에서 시들어 갔다.
너의 손은 늘 젖어 있었고
늘 차가웠으며
늘 뼛속까지 들여다보였다.
나도 차가웠다.
나는 밤마다 창 밖으로 비 내리는 소리를 신음처럼 들었다.
나직하게 창가에 달라붙는
마찰음들,
빗방울이 널찍한 후박나무 잎들을 때리는 소리.
바다에 간다는 것은
끔찍했던 칠월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청록빛 오리나무 그림자 안쪽으로
바다가 나날이 깊어진다.
황홀은
죽음에 이르는 병으로써만
치유될 수 있는 것이다.
댓글목록
tang님의 댓글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열림이 부르는 환성이 사랑의 원을 혜량하는 상태로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울림으로 다가서는 성정 부름이 사랑 각인에게 형용되는 부름이 있도록 헤아림을 이탈한 높음을 원헸습니다
敬으로 인식의 벽을 두드리면서 사랑 역량으로 서로로 있기 원했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제 시가 과분하신 말씀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