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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을 열면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295회 작성일 22-08-23 18:42

본문

방문을 열면

 


방문을 열면 등 돌려 누워 계시는 뿌리가 있다 그간 그늘 밑을 다지며 묵묵히 지냈을 온전한 삶이었다 평생을 위로 떠받들며 살았던 손이며 발이며 그리고 얼굴이 이제는 뼈에 이르러 살갗에 분간이 안 간다 바람에 뜨는 수직은 오늘도 그 밑은 어디로 흐르는지 알 수 없다 푸름의 계절이 마냥 푸르다는 것만 아래에 닿으며 살피며 벽에 기대어 누워 있는 잠을 깨워 보아야 하지만 제 갈 길 바빠 하늘만 본다 무엇이 그리 모질게 하였을까 스스로 끊으려는 숟가락에 숟가락을 쥐며 간밤에 쓴 미음을 한 술 떠 입술에 닿으니 그때야 조금씩 당긴다 어두운 눈으로 어두운 밤을 보내며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이 다만 헛것으로 지나갔을까 멍하니 바라보는 눈빛에 그만 울컥거렸다 한 손은 팔을 집고 어깨를 부추기며 안으로 들어가 눕히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수직은 꿋꿋이 서 있어야 한다며 아무렇지 않으니 어여 가라는 끊을 수 없는 고집에 매달려 있었다 늙음과 굳음에 대하여 아직도 받아들일 수 없는 수직과 수평은 이 작은 방안에서도 곳곳 퍼져 울려 있었다

 


.


 

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툇마루에 앉아 있던 저의 눈알이 마당을 건너 대청으로 기어오릅니다 서쪽으로 갈앉는 햇살 한 줌도 문창지에 걸려 삐거덕거립니다 제 어머니의 숨비소리가 햇살 기우는 저물녘으로 산풍을 따라 빈 깡통처럼 떼굴떼굴 굴러갑니다 오늘 하루 잘 지냈습니까? 그 무덥던 여름도 처서에 절여져 숨죽이고 있는 물녁입니다 멀리서 응원의 작은 마음이나마 띄워 보냅니다

힘, 내시길요, 숭오 시인님~~^^
강녕하시고 건필하시길 빕니다.
편안한 밤 보내소서!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머님이 세월에게 살을 다 내 주었는지 앙상한 가지입니다.
이제 같이 살아야 할 시간이 점점 없어지고 있으니 슬퍼지는 군요.
애잔한 시를 접하니 뭉클한 마음을 감출 수 없어 어쩔 줄 모르겠네요.
힘내세요 시인님
늘 건필하소서, 숭오 시인님.

崇烏님의 댓글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 힘든 시기가 아닌가 생각듭니다.
오십대가 받아들여야 하는, 여러 일들요.
이렇게 발걸음을 놓아주시고
마음도 함께 공유해 주시니, 정말
많은 위안이 되네요...
머물러 주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콩트 시인님, 이장희 시인님


이장희 시인님, 프레스 넘 잘 읽었습니다.
한자락 마음 놓지 못해 더  죄송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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