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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에 정돈된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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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60회 작성일 22-08-27 06:46

본문

햇볕에 정돈된 거리

 

거리의 모서리를 돌면 곡면체의 가을인가

높고도 청명한 하늘

오다가다 귀 흘린 구름

습기를 날리며 탈색된 과거의

모각본(模刻本)의 필체들이 걸려있다

하얀 그늘은 모퉁이에서 더 가늘어지고 나뭇잎

무성한 필연은 우연변이(偶然變異)처럼 여름의 끝자락을 걷는다

인도에 뿌리박은 가로수들이

헤진 뿌리에 고착된 슬픔과 기쁨을 서로 나누며 견디는 구나

하늘이 시간 창고에 맹꽁이자물쇠를 채우지도 않는데

누가 거리에 버려진 뜨거운 기억에 집착하겠는가

도시의 비둘기들도 낯선 숫자들과 떠들며

변화로 인식되는 문 없는 허공의 길 위에 날고 있다

거리의 모습도 많은 것이 변했고

사람들은 거리에서 오래 머물지 않는다

거리를 닫아걸고 창에서

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순수한 모가비들만 뜨거운 거리에서

땀범벅 걸음을 서성여 경계석을 늘이며

낡은 다발의 숫자를 건지고 있다

 


모가비; 막벌이꾼이나 광대 같은 패를 대표하는 책임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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