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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무심코 닭장을 열었더니 달구 새끼 한 마리가 힌남노의 중심에서 920 헥토파스칼의 고동소리를 나도 모르게 몰래 꺼내 들었어요 울산 앞바다로 갈앉은 달걀 껍데기 속엔 흰자 인양 노른자 인양 격랑을 기웃거리는 박동 소리가 부화의 세동으로 실실 거닐다가 수증기처럼 사라져 버렸어요 맨드라미로 검붉게 치장한 벼슬처럼 축축한 내 샅을 거스르는 환절의 길섶에서 연둣빛 짙은 이파리와 부러진 닭 모가지를 주워다가 늦은 아침의 천공의 햇살 줄기로 엮어 만든 선반 위에 얹어 놓았어요 말배末杯는 그저 두고 가만히 떠나보내는 것이라고 선친께서 말씀하셨어요 비로소 채우지 못한 너덜길에서 자갈처럼 우려낸 술잔 속으로 벼락 맞은 지하 주차장의 상엿소리가 춘기春期를 맞이한 아이의 거웃처럼 거뭇거뭇 자라 올랐어요 겨울을 깨문 청설모의 송곳니에 꿰인 아이들이 엄마 손에 진눈깨비처럼 달라붙어요 정오의 거울 속 겨울로 쿵 짝짝, 쿵 짝짝, 쇼스타코비치를 추고 있었어요 주저앉은 닭장엔 허공이 묶어버린 오라가 날물을 따라 토역질만 퍼덕거리고 있었어요
댓글목록
崇烏님의 댓글

쇼스타코비치 왈츠 No2......
저도 쿵짝짝 한 바퀴 돕니다요 콩트 시인님
^^힌남노 비 피해는 없었는지요...
오늘, 뜻밖의 화창한 날씨에 태풍이 지나간건가 하며
바라본 하루였습니다. 아무쪼록 건강하시구요.
주신 시 잘 감상했습니다.
콩트님의 댓글의 댓글

한 잔 하고 방금 왔습니다.
술을 많이 마셨는데
희안하게도 멀쩡하니
오늘밤이 참 희안합니다.
시인님께서도
아무쪼록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