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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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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3회 작성일 22-09-1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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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자

 

 

나가지 않았다 가고 싶은 마음도 나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저 문을 당기려고도 하지 않았다 다시 골방에 누웠다 누워 있었다 피곤하다고 생각하니 피곤했고 고단하다고 생각하니 고독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고 무기력한 하루의 시작인 건지 알 수 없는 시간 왜 내가 여기에 머물러 있는 건지 또 머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지 못했고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하는 건지도 알 수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인자는 오로지 설원의 밭처럼 놓여 있었다 언젠가 붉은 피의 이동으로 함께, 마른 눈밭으로 옮겨야 할 책임을 부여받을 수 있는 그날을 뼈저리게 기다리고 있었다 구석진 골방에 머물면서도 창밖으로 여린 순록들이 뛰어가는 것을 본다 그들은 바닥에 오른 이끼를 용하게 파헤쳐 먹는다 내가 바라볼 수 없는 세계에서 저 결빙된 포막의 아래에 얼음 꽃으로 다만, 죄를 씻을 뿐이다 그렇게 나가지 않았다 가고 싶은 마음도 나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저 문을 당기려고도 하지 않았다 언젠가 콧방귀 뀌며 후벼 파는 족속이 파헤칠 때까지 고스란히 얼어 있는 생명력으로 자생의 길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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