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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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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64회 작성일 22-10-27 01:44

본문

뉘우치다 


눈 깜박 할 사이마다
언제나 내 생명줄을 끊어버리는 세상은
기특하기만 하다
그래서 매번 문(門)간에서
문(問)간으로 걸어가
귀 기울이는 문(聞)간, 또한
늘 색다른 호기심을 자아내는데
오른쪽 귀를
왼 편 팔에 대어보면
한 번도 알아듣지 못했던
소리와 마주치는데,
내가 살며 구차한 것들을 외치는 동안


똑똑한 시인들은
더 많은 것들을 외치고 있었구나


그리고 마침내 하나 남은 눈으로
나의 얼굴도 감아 본다
지금 이 세상 어느 곳에서는
까닭도 없이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렇게 살다가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무의미하게 죽어가는 사람들도
넘치고 넘치는데,
내가 목청 높혀
연륜(年輪)의 비참함을 부르짖더라도
이 세상에 들어줄 이 아무도 없음은
그 또한 얼마나 은혜스러운가
세상의 무질서한 사랑도
이쯤 되면 감사한 것이니
나는 차라리 나를 회개하리라

이따금 물고기가 헤엄치면서,
문득 생각난 듯 제 흰 배를 물결에
드러내는 것처럼



                                  -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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