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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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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6회 작성일 22-10-30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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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버리

   

갈바람이 들판의 허리춤을 싹둑 잘랐다 갈치산 불치 고개 대세지 고개 넘자 잘려나간 들판에 풀들이 고개를 들었다 폈다 다시 흙이 되었다 검붉게 멍든 지평선 너머 철철 흘러넘치는 날 선 원한들 서쪽 하늘이 붉은 광목천으로 펄럭거린다 겨드랑이에 죽지가 잘려나간 멍울이 잡힌다 흘수선 아래 갈앉은 저 몽매한 폐선들 피바다로 둥둥 떠다니는데 내 망막 속으로 거룻배 한 척 노 젓는다 거북이 한 마리 수련을 튕기듯 헤엄치고 저 멀리 몽니 하나 머리 풀고 헐벗은 채 저물녘으로 질질 끌려가는데 찔레꽃 하얀 꽃잎 머금은 해금소리가 허공을 가르는데 저승을 다녀온 내 어머니의 숨비소리가 포말로 하얗게 부서지는데침상에는 폐허의 시간들이 기웃거린다 그녀의 이름은 자클린이었다 무명 저고리를 닮은 환의에 열린 단춧구멍 사이로 농한 계절이 엔딩 크레딧으로 쏟아진다 진물 같은 시간을 두 손으로 쓸어 담는다 구멍 뚫린 갈잎이 통증을 배달하는 아침 결국 참지 못한 오줌 줄기가 꺾인 무릎 아래로 줄줄 흘러내렸다 일순간 모자이크가 되어버린 표정들 산산조각 난 침상 바닥으로 주저앉는다 살아 있다는 것 살아가야 한다는 것 폐허가 되어버린 병실에는 더 이상 자막이 보이지 않는다 엔딩 크레딧이 숨 가쁘게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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