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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봉(大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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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73회 작성일 22-10-30 09:59

본문

대봉(峯) 



할머니는 노송(老松)이 구부러진 가지를 애써 구겨진 지폐들 사이에 감추려는 듯 어색한 억양으로 내게 대봉(峯)을 내밀었다. 나는 그에게서 거친 손금이 이리저리 균열같은 울음소리 내는 대봉(峯)을 샀다. 석양 무렵도 지나 어둑어둑해진 푸른 기운이 거리를 감싸기 시작하는 중이었다. 할머니는 마침 주홍빛의 둥그런 항아리 안으로 들어가던 것을 방해 받았다는 듯이 날 내쫓는다. 할머니의 고향은 어디였을까? 어딘지 몰라도 돌담 아래 대봉(峯)이 신화 속 여자들처럼 서서히 열리다가 썩어가는 곳이었으리라. 눈송이처럼 새하얗게 자꾸 흩어지는 개가 발길에 채이는 곳이었으리라. 활을 든 문신한 젊은 남자와 결이 세밀한 햇빛을 직조하는 여자. 남매는 거대한 편백나무 혈관이 꿈틀거리는 무릎 향기가 피향기로 바뀌어가는 그 황홀한 으스름 속에서 하나가 되어갔으리라. 나는 호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 황금 몇 닢과 뜨거운 대봉(峯)의 하반신을 만졌다. 나무배 한 척이 혼자 남아 대봉(峯) 속에서 시취를 내며 검은 편백나무 뿌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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