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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기 뱃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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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1회 작성일 22-11-1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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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기 뱃머리


고갯길엔 고단한 아버지의 등골이 활처럼 포물선을 난사하고 있었다. 자본주의에 점령당한 길섶마다 숙질로 앓아온 묵은 계절의 허기들. 재개발로 덧난 민심이 붉은 모래바람으로 휘날렸다. 무너진 옛 성곽마다 꽁지깃 세우며 팔랑거리는 회오리의 토막들. 먹구름을 끌어당긴 발밑 고랑창으로 소나기가 빗발친다. 저 멀리 잘려나간 지평선엔 바스러진 콘크리트 한 무더기가 합장하듯 돌무덤으로 쌓여있었다. 폐허에는 이탈된 무한궤도만이 일탈을 염탐하는 저물녘으로 보초를 서고 있었다. 섬이 침몰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등골을 수사手寫한 배추벌레가 천공으로 꿈틀꿈틀 바벨탑을 쌓아 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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