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복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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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8건 조회 292회 작성일 22-11-21 21:22본문
산복 도로
작은 미늘
내가 없는 그림을 얼마나 그렸는지
좁은 골목들은 각기 다른 색의 칼자국들을
가지고 있다.
바다를 뚫고 흐르던 눈물이 마른 곳
버스가 설 때마다 산의 허리가 조이는 곳
버스가 설 때마다 사람들이 조용하고 무거운
문장들을 끌고 내린다.
골목 틀어막힌 구석마다 풀잎들이 손을 들고 있다.
허기진 엄마가 내리던 저녁
별들이 길을 묻는 시간 나는 공허를 물으며
날카롭고 무거운 소리에 베이고 있었다.
회칼처럼 예리한 소리가 심장을 찌른다.
발밑 돌멩이 부딪치는, 눈물 밟히는 그 조용한
가난의 지친 발자국 소리
버스가 설 때마다 산의 허리가 조인다.
버스가 설 때마다 내 칼이 스스로 부서진다.
수없이 선을 긋고 그 안에 숨었다.
수없이 내려갔지만 다시 올라와야 했던 가파른
아늑함에
잠시 앉았다 일어서면 눈부신 별을 쏟아부은
저편 행복이 눈물겹다.
끈적 끈적 그리움 하나 떼어내는 산복 도로는
버스가 설 때마다
산의 허리가 조인다.
댓글목록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은유와 상징 그리고 실제 산복도로를 경험해 보지 못하면
풀어낼 수 없는 사실적 묘사와 관찰이 돋보이는, 명시가
드디어 창방을 환하게 밝힙니다.
작은미늘 시인님,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오랜 습작의 땀방울이 배어 든 흔적을 방울 방울 읽습니다.
영도 산복도로의 좁은 골목길과 오르내리는 발걸음이 이 글을 통해
오감을 자극합니다.
고갈산은 잘 있는지... 조인 산허리에 앉아서 차 한잔 하고싶군요.
새벽 어둠 묻은 산책로에서 반가움 함박, 놓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작은미늘 시인님~
작은미늘barb님의 댓글의 댓글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 서른 전 후 힘들때면 영선동을 자주 갔었습니다.
부암동,범전동과 전포동 산동네가 집이어서 늘상 산복도로 골목에 앉아 쉬고
기타를 치곤 했었습니다.
저는 요즘 진해쪽으로 낚시를 갔었습니다.
행암 마을이라고 철길이 있는 작은 마을인데 참 예쁜
바닷가 입니다.
여름에 갔었던 눈부신 영덕을 못잊어 대신 가까운
진해로 자주 갑니다.
과하신 칭찬 감사드립니다.
늘 함께 해 주셔서 늘 고맙습니다.
내년에는 자주 뵙도록 하겠습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산의 허리가 조인다] 기가막힌 표현에 감탄만 합니다.
어떻게 이런 표현을 구상 하셨는지
이 시는 그 표현으로 일단락 된 것 같군요.
곳곳의 좋은표현들 때문에 감상 내내 흐뭇해 집니다.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작은미늘barb 시인님.
작은미늘barb님의 댓글의 댓글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장희 시인님! 오랫만에 뵙습니다.
산복도로에서 오래 풍경을 보고 있으면 버스가 서는게 조이고 풀어지는
허리띠 버클처럼 느껴지더군요.
그 오랜 날들을 마음처럼 글로 옮기는게 참 어렵습니다.
아직 서툰 빗질이지 않나 싶습니다.
늘 오셔서 칭찬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시인님의 시들도 들어올때마다 챙겨 보고 배우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단순한 일들을 세밀히 시로 옮기시는 것을
저는 아직 힘든것 같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tang님의 댓글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영적 신화를 이뤄내려는 사명 의식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사물 세상에서 자기 소속을 잃어버린 불운을 소명감에 의탁하려 했습니다
거멈 세상이 열린 와중의 필설이 신화적 요소를 묻히게 하는 불운은 아직 목도하지도 못했습니다
작은미늘barb님의 댓글의 댓글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묵도 하지 못한 아쉬움을 절감합니다.
머물러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늘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너덜길님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직장 점심 시간이 되어서야
창방에 들렀는데,
똭 하니 시를 품은 버스가
내 맘에 들어오는군요.
너무 좋습니다.
언젠가 그 버스엔 나도
타고 있었을지도 모르니......,
두고두고 음미해 보렵니다.
작은미늘barb님의 댓글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너덜길 시인님! 오랫만에 뵙습니다.
이렇게 시로 만나야 반가운 것이 시를 쓰는 사람들만이 가질수 있는
즐거움이 아닌가 싶습니다.
올해는 어려운 시인 한 분이 마음에 들어와 모든 시집을 구해 거기 빠져 있었습니다.
이수명 시인입니다.
이제 내년부터는 좀더 많은 습작을 해볼까 합니다.
언제나 반갑게 맞아 주시는 너덜길 시인님
항상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건필하시고 시인님의 좋은시로 다시 만나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