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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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달
그러니까 낮달이 허공에 가려
추한 표정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을 때,
그때쯤이었다던가? 작은 배에 닻조차 없이
허공을 슬그머니 공주는 주석(朱錫)에 묻혀
그녀는 심장이 아팠던 것일까? 그러니까 저 밑바닥까지 슬금슬금 핏물 배어나오는
저 밑바닥까지 내려갔던 게지. 낮달이 그녀의 표정을 지나갔던 흔적.
그녀는 내 유년의 정원에 서서
빗소리 하나 들려오지 않는 정적이
그녀의 사락사락 비단옷자락이랑 영락(瓔珞)이랑 아직 눈조차 제대로 못 뜬
어린 것 둘 유방 하나씩에 안고 눈부신 금가루들 부슬부슬
흩내려오는 휘황한 샹들리에 안에서 어머니는 황홀하신 듯
조심
스럽게
꽃은 새빨간 동백꽃 삽짝문에 새하얀 이마 지긋이 머얼리서 날 불러오는
조용히 돛이 바람에 부풀어 바람에 부풀어.
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낮달이 허공에 가린다는 말
돛이 바람에 부풀어 바람에 부풀어
입이 쩍 벌어지는 순간 입니다.
심상을 떠올리면서 감탄만 하고 갑니다.
예전에 어느 시인이 이런 시를 썼었는데 쩝~~
혹시 그분 아니세요? ㅎㅎ
시인님 시는 감동 그 이상 입니다.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코렐리 시인님.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김수로왕을 찾아왔다는 허황후를 쓴 글입니다. 휘황한 장식 없이 나무배 한 척을 타고 멀리 인도에서 찾아온 공주 - 뭔가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 있어서요. 한낮에 하늘에 보이지 않게 떠서 초라하지만 그 속에는 아름다움과 고귀함이 있다는 생각에서 낮달과 허황후가 오버랩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