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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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웅
구본웅은 척추가 굽었다. 그의 자리에는 붓질 대신 미지근한 황홀이
마치 여류시인이라도 된다는 듯 청청한 부레옥잠을 이마에
얹었다. 투명한 흐름을 타고 예리한 가시로 제 망막을 찢었다. 여자는 손톱 끝이 퍼렇고 여자의 손톱 끝에는
흩어진 깃털들
뭉개진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시취가 날아오른다. 창녀를 찾아 시인은
딱딱한 구름 시체들 속으로 날아오른다는 것인가?
그것은 갖가지 색깔의 유리병을
무덤 안에서 갖고 나와 그녀의 나체 위에 늘어놓은 것이었다. 찬란한 유리병 속을
무언가 역겨운 것이 슬며시 지나간다.
병의 밑바닥이 싸늘하게 데워지면
천천히 유리병 안에서 순환하는 밤하늘. 새까만 창녀를 찾아 바다로 간다는 것인가?
새까만 배꼽 위에
얹힌 폐선과
산더미처럼 쌓인 모래알들과
이미터가 넘는
비수(匕首)같은 표정의 여자.
나는 그녀의 자궁 속으로 기어들어가고 있는,
목덜미부터
썩어들어갈 것이다,
거대한 선인장 피부 위 가시들 사이를 기어가고 있는
청록빛
여자,
무당거미를
임신한.
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문장에서 붙들려 빠져 나오지 못합니다.
넘 오버라고 생각 안해요. 사실이 그러니까요. ㅎㅎ
탄탄한 문장에 반했어요.
배울 건 배워야 한다고 봅니다.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코렐리 시인님.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너무 좋게 보아주시네요.
영화 금홍아 금홍아에서 구본웅과 이상 그리고 창녀 금홍이 간 관계에 대한
일화를 보고 써보았습니다. 사실 이 안에 뜨거운 드라마를 녹여넣어야 하는데, 그것은 금방 되지 않네요.
두고 보면서 고쳐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