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의 산속 > 창작시의 향기

＊ 해빙(解氷)의 산속 

백양사 계곡에

쏴, 쏴

물기차 급행으로 내달리는 소리

옹골차다

멍청히 서서

추릅, 추릅

뜨거운 바닐라커피를

한 모금씩 빨면서

겨울기차가

계곡에 맞물린 돌바퀴를 휘감고

산중 역(驛)을 내리

훑고 지나는 모양을 바라본다

뇌신(雷神)이 큰 호령바람으로

발차(發車)하지 않아도

저절로 높아져 흐르는 해빙 때의 하늘물소리

산속을 관통하니 가슴까지 시원하다

산중 역에 서성이니

설국(雪國) 기차가

흘리고 가는 불초(不肖)의 방랑객이 더러 있지만

엄동에 서리 맞은 쇠붙이처럼 얼어붙었던

눈과 귀가 지루한 결박에서

풀린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