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이를 상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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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삼생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0회 작성일 23-01-11 13:41본문
미영이를 상상하다.
숫자 하나가 좁은 방 구석에 숨어들고
다른 숫자 하나가 창문 안으로 스며들어 더하기가 되었다.
먼지들처럼 시나브로 쌓이던 것들이
곱하기로 변하고 나눗셈으로 비우기를 해 보아도
채무처럼 쌓이기만 했다.
어찌보면 너의 가슴이 너무 부드러워서
그렇게 쌓인 줄 모르고 더듬기만 하다가
너의 도리질로 내 보잘것없은 자존심으로 셈을 놓치기도 하였다.
계산기로도 셈을 맞출 수 없는 것이
너의 대한 완성도이다.
너를 나의 방안으로만 가두어 놓는 것이
나의 가혹한 욕심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너의 부드러운 가슴을 내어주는 너는
도미노처럼 세워졌던 숫자들이 한순간에 쓰러지는 일이다.
그래서 쓰레기들처럼 나뒹구는 숫자들로 가득한 내 좁은 방,
그 안에 너는 이미 없다.
네가 있었던 자리에는 낡은 숫자들이 놓이지 않았다.
증명되지 못한 잊혀진 숫자들이 구석으로 밀려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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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이
나를 보고 웃을 때만 볼 우물이 깊게 패이고
눈동자가 흘러 넘치 듯 진하게 번지던,
테이블 위의 옅은 안개처럼.
그 미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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