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그럴까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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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페트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269회 작성일 23-01-13 08:48본문
다 그럴까마는
칼을 간다는 건
날을 벼리는 수공이지
갈아 닳아 없애는 건 아니지
공부를 한다는 건
경계를 허무는 작업이지
저를 가두는 울타리를 세우고
높이 더 높이 올리는 건 아니지
부부로 산다는 건
몇 달의 살갗 살가움 끝에
도다리의 배와 등거죽이 되어
이교도의 도반으로 사는 거지
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교도의 도반이라는 시어에
머물다 갑니다.
올려주신 시를 감상하다가
문득 예전에 읽었던 시가 생각나서
한 편 올립니다.
행복한 금요일 오후 보내시길 바랍니다.
페트김 시인님.^^
국물
신달자
메루치와 다시마와 무와 양파를 달인 국물로 국수를 만듭니다
바다의 스라린 소식과 들판의 뼈저린 대결이
서로 몸 섞으며 사람의 혀를 간질이는 맛을 내고 있습니다
바다는 흐르기만 해서 다리가 없고
들판은 뿌리로 버티다가 허리를 다치기도 하지만
피가 졸고 졸고 애가 잦아지고
서로 뒤틀거나 배배 꼬여 증오의 끝을 다 삭인 뒤에야 고요의 맛에 다가옵니다
내 남편이란 인간도 이 국수를 좋아하다가 죽었지요
바다가 되었다가 들판이 되었다가
들판이다가 바다이다가
다 속은 넓었지만 서로 포개지 못하고
포개지 못하고 절망으로 홀로 입술이 짓물러 눈감았지요
상징적으로 메루치와 양파를 섞어 우려낸 국물을 먹으며 살았습니다
바다만큼 들판만큼 사랑하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몸을 우리고 마음을 끓여서 겨우 섞어진 국물을 마주보고 마시는
그는 내 생의 국물이고 나는 그의 국물이었습니다
페트김님의 댓글의 댓글
페트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무산스님께서 좋아하셨지요.
천주교 교인이신 신달자 시인을,
마치 이교도의 도반이 되어..
특히 신달자 시인의 시
"거리의 암자"에 대해서
이만 하면 도의 경지에 이른
것이라 칭송하셨다죠.
감사합니다.
다섯별님의 댓글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읽을수록 시의뿌리가 깊어지시는 듯 합니다
잘 감상하고 가옵니다
페트김님의 댓글의 댓글
페트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사합니다
다섯별이 총총총
비내리는 겨울 밤이지만
화안하니 따숩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