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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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315회 작성일 23-01-16 13:56본문
안시리움
아내의 불면증 치료에 도움이 될까 해서
이 자그만 꽃이 심기운 화분을 사 들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간다
대체로 지 혼자서도 잘 자란답니다
물은 일주일에 한번 축축하게 주면 되고요
단 뿌리 쪽으로 주세요
좋은 시를 외우는 마음으로
몇번이고
꽃가게 점원의 당부를 되새기며 걸어간다
대략 5년간의 산기슭 생활 끝에
어둠 같았던 불면증을 벗어던지고
아내 곁으로 돌아왔지만
이번엔 그녀에게 이 몹쓸 것이 찾아왔다
이 자그만 꽃 하나로는 모자랄까
생각 끝에
군자란을 어머니 집에서 얻어와 곁에 둔다
또 그들이 심심할까 싶어
새끼 금붕어 다섯 마리를 사다가 놀게 해 두었다
새벽이다
자다가 일어나 잠 못 들고 뒤척이는
아내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하염없이 바라만 본다
5년 전엔 그대가 잠 못 이루는 나를
이렇게 바라보았겠지, 생각하면서,
방문을 열어 화분을 바라본다
꽃도 나를 쳐다본다
서로 한참을 무심히 껴안아본다
따뜻하다
그래
따뜻한 불면증,
따뜻한 아픔,
이 정도라도 그녀에게,
주고 싶다
방으로 돌아와 아내의 등을 바라보며
솜이불을 끌어와선 살포시 덮는다
새벽빛이 깊다
댓글목록
풀섬님의 댓글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잠이 안 올땐 양 한마리 두마리
이렇게 세면 어느새 잠이 오곤 해요
좀 지나면 나아질 수도 있어요
좋은 시 감상 잘 했습니다
~~**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말씀, 감사합니다.
네, 열심히 말씀대로 해 보겠습니다.
좋은 일 가득한 올 한 해 되시길 빕니다.
건강, 건필하시길.
와리가리님의 댓글
와리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넘 따듯한 시 감사해요. 불면을 앓고 있고 우울하신 분들이 넘 많아요.
나의 아픔을 똑같이 앓고 있는 누군가의 아픔을 위로하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백마디의 말보다
따듯한 포옹
그것이 위로였기를 바라며
정말 감사합니다. ~~~^^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속 깊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저 제 생활을 일기 쓰는 마음으로 쓴 것인데,
따습게 느끼셨다니, 제가 더 고맙군요.
추운날 건강 챙기시며 건필하시길 빕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가 아주 따듯합니다.
아내의 대한 사랑이 참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저도 아내가 있었으면 쩝~~ㅎㅎ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너덜길 시인님.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아픔을 더 아프게 하지 않으려
매일 용을 쓰며 살고 있습니다.
이 마음이 그 사람에게도 느껴지길 바라며.
시마을의 지킴이이신 시인님의 건강, 건필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