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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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8건 조회 328회 작성일 23-01-26 16:03본문
발바닥에게
아무도 너의 안부를 묻지 않았다
그리고 너는
한 마디 말도 없이
한 소절 노래도 없이
너만의 외톨진 길을 걷고 있었다
부민병원 정형외과 의사는
족저근막염 중 좀 심한 증상이라 했다
사랑이 무언지
삶이 어떻게 푸른지
말할 때
사람들은 너를 잊곤 한다
이파리들과 꽃들과 열매들이
아이들이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웃듯
잔치를 벌이는 계절에도
넌
뿌리처럼 견고한 아픔으로 그들을 지킨다
너의 통점은
무릎을 타고 어깨 지나 뇌에게까지
아픔에 서 있는 세월을 전한다
푹 쉬는 게 가장 좋은 치료법입니다
물리치료사가 물기 없는 말을 할 때에도
너는 잠자코 듣고 있었지
그러나
푹 쉴 수 없는 머리와 생활을 데리고
현관문을 나서는 아침
기다리던 눈은 아니 오고
청태처럼 질긴 겨울비 내린다
툭, 툭, 툭
흙탕물에 젖은 보도블록 다독이며 넌,
언제나처럼
푸른 저녁을 향해 골목길 걸어간다
댓글목록
고나plm님의 댓글
고나plm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 아픕니다 시인님!
푹 쉴 수 없는 머리와 생활을 데리고...
그래도, 전 아직 굳은 살로 삶을 버팁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몇 번을 읽게 한 깊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뿌리와 발바닥의 공통점은
존재를 통째로 떠받치고 있으면서도,
묵묵히 자기 길 간다는 거겠지요.
우리 시도 그렇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읽어주시고 좋은 말씀 주신 것 감사합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발바닥 아파서 어제부터 물리치료 받는데...우연일까요? ㅎㅎ
첫행에서 공감을 합니다.
발바닥을 신경 써 본 적이 없네요.
가장 궂은 일 하면서도 꿋꿋한 발바닥
발바닥으로 이런 문학적인 시가 나오는 군요. 부럽당~~
푹 쉬는 게 좋으실 텐데 발바닥 이뻐해 주세요 ㅎㅎ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너덜길 시인님.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 그러시군요.
그런데 이게 딜레마를 던져줍니다.
운동하려 걷기를 나가면 발바닥이 괴로워하고,
발바닥의 평안을 위해 쉬면 몸이 가라앉고.
참 어려운 질병입니다.
그러나 행간과 행간의 뜻을 엮으며 시를 쓰듯,
서로 맞추며 살아야겠지요.
다복한 저녁 보내시길.
브루스안님의 댓글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발바닥 소나타를 쓰셨는데 참 좋네요
다만 좀 좀생이 소나타같은 느낌이랄까 가 아쉽네요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말씀, 감사합니다.
좀생이처럼 살지 않도록 애쓰며 살겠습니다.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길 빕니다.
다섯별님의 댓글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비유법이 거의 환상적이십니다
저런 황금 비유법을 어디서 뽑아오셨는지
참 부럽습니다
좋은 시를 감상하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시인님
꾸벅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비유를 억지로 뽑기보다는,
실생활에서 진심을 뽑아내기를 갈구하며
어눌하지만 시를 쓰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비유란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구요.
물론 시란 비유이며,
비유는 곧 시일 테지만,
언제나 진심은 비유를 뛰어넘은 저 편에,
우뚝 서 있음을 잊지 않으렵니다.
좋은 밤 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