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리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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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8건 조회 327회 작성일 23-01-31 11:20본문
넘으면 무서리(里)고개의 발원이 된
무서운 고개가 있는 마을
말귀 어두운 노파의 발자국이
오랜 세월 무던히 고개를 지우며 넘어갔을 것이다
성황당 돌무더기에 치어 죽은 고사목
송홧가루 흩날리는 봄날 누런 황달 귀신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 것 같아
혼비백산하여 오줌 찔끔 지리던 곳
무서리고개 넘는 일은
심장이 고구마말랭이처럼 쫄깃해지고
귀신 쫓는 삽살개에게 긴 꼬리 물린 장끼가 후드득 창공을 날아오르듯
비 맞은 초가 머리카락
섬찟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일이다
어릴 적 거위를 키우던 명식이네 가는 일 보다
더 머리털 곤두서는 일
요것이 제대로 날지도 못하면서 날개 쫙 펴대고
얼마나 겁을 주던지
갈바람 부는 저녁 허리춤 추며 부르는 억새의 노래
머리 푼 백발귀신이 부르는 號哭(호곡)소리 같아
헐거워진 괄약근이 가래똥 끊어내듯 힘이 빡! 들어가는 일
도라지할배의 狂症(광증)도진 둘째 놈이
양잿물 처먹고 객사하던 날
둘둘말린 가마니짝 하나
지게 위에 주검으로 얹혀져 허청허청 고갯마루 넘어가던 곳
댓글목록
탄무誕无님의 댓글
탄무誕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쩜 이리도
이야기가 옛스럽고, 맛있을까요!
그땐 그랬지, 그땐 이랬지
제가 코 찔찔 꼬맹이일 때 제 시골,
첩첩산중 고향으로 돌아온 거 같네요.
전기도 없고 깜깜하던 시절,,,
아이고 무서버라 밤엔 통시깐도 안 가려고 하던 시절, 등등등
저를 이곳으로 데려가 주시네요. 고마운지고~~
전기는 제 시골 마을엔
제가 초등(국민학교) 6학년 때 들어왔으니까요.
지금은 발전 음청되었지만서도요.
공감 이꼴, 공감백배하며 거뜬하게 세 판 땡겼습니다.(세 번 읽었습니다.)
질리지 않고, 물리지 않고 참 맛있어요.
글 요리, 또 해주세요.
또 오께요.
와리가리님의 댓글
와리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맞아요. 거위는 도둑도 잘 지킨대요. 엄청 무서웠겠어요. 무서리가 무서운 고개인걸 처음 알았어요. 좋은 시 감사해요. ~~~
다섯별님의 댓글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구! 탄무시인님의 장단때문에 글이 자꾸
조선시대로 갑니다요 이렇다가 황진이 하고 친구먹고
벽계수 하고 술잔 튀길지 몰라요 물어내세요 ㅎㅎ
저도 산문시 좀 쓰고싶은데여
다섯별님의 댓글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사합니다 와리가리 시인님
시인님의 시에 알콜을 섞어놨는지
중독성이 있어 자꾸 맛보게 됩니다 ㅎ
들려 주셔서 감사드려요
삼생이님의 댓글
삼생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글 솜씨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헌데 ... 수필가의 글 솜씨 같습니다. 시는 다른 경지 이지요.
사뭇 관심 없는 소재 일지라도 관심있게 만드시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아마 오랜동안 글을 쓰신 분 같습니다.
존경을 보냅니다.
다섯별님의 댓글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들려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삼생이 시인님 꾸벅!
따끔한 지적 겸허히 받겠습니다
레르님의 댓글
레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공포중에 가장 공포스러운것은
"자기가 만든 공포라 하지요"
있지도 않는것을 있을것이라 단정짓는...
저 마을에도 그런 고개하나 있었는데
늙음에 그 무서운 존재가 아무것도 아니라는것을 알았을 때
참으로 허무하기도 했지요...
하루하루 느끼지만 단어가 참 좋습니다
굳이 수꿩을 장끼로 적는걸 보면 의도적 아니면 습관적으로 밴 무언가?
님은 탄피를 줍고 전 이삭을 줍는 사람입니다....ㅎㅎ
부디 시작에 인용할 양식을 많이 주시길....~~
다섯별님의 댓글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레르 시인님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