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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오적 상상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레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247회 작성일 23-02-02 21:03

본문

자고 일어나니 먹다 남은 콩국수에

까만파리 한 마리 빠져있네

허우적 거리는 모습에서

작년에 떠 내려간 누렁이 생각나고

얼마 전 수해 때 전신줄에 걸린 돼지도 생각나네

질퍽한 노란물은 거미줄처럼 몸을 휘감고

움직일수록 더욱 더 빠져들게 하는

늪은

바로 내 눈앞에서 먹이사냥을 하고 있었다


그대 파리에게

이곳이 임종 지점이 아니었다 생각해도

이미 그댄 단맛을 알아버린 중독자인걸

살려달라 두 손 모아 빌지 말지라

지금 지옥 속 그래도 음식밭에 누워있음을 알고

세상엔 너보다 더 처참하고 더 비참하게

죽어가는 동료가 있다는것을 알라

그리고

애써 남아있던 삶에 후회는 더욱 말지라

그대 영혼 상여(喪與)타고 떠날때

기타 튕기며 레퀴엠 부르고

그 옛날 할배 장사 지내는 날 불렀던

~~~이 허~~~이 하던 그 애절함이 묻어있는 리듬을

아리랑 열 두마디 끝절마다 바이브레션으로 처리하여

케잌에 붙어있는 예쁜 리본처럼 달아주리라

살아

지금보다 행복했던 기억은 없었다 말해다오


....................10분 뒤.....................


숨소리는 없어졌다

움직임은 풀밭을 기어가는 뱀처럼

약간의 푸덕낌만 있을 뿐

이젠 생과 사 그 길목 정열의 삶은

아무 이름도 아닌 구름이 되고

네가 가진 과거의 그림자는

불꽃처럼 하늘을 날다 이곳에서 잠들었다

미련없이 후회없이 눈 감고 갈지라

내 손 뻗어 사랑을 전하지 못한 것은

이미 너의 운명은 태어날 때부터

여기가 무덤임을 정해 주었고

주위로 흐르고 있던 노오란 국물은

나 또한 죽어 세상을 돌다

널 만나기 위한 인내의 눈물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먼 훗날

너의 후손이 나에게 다가 와 너에 대해 묻거든

산 증인으로 그에게 말할것이다


"착오적 상상에 빠져 축복속에 죽은 유일한 비행사라고..."

 

댓글목록

다섯별님의 댓글

profile_image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長詩도 맛갈스럽게 잘넘어가십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레르 시인님
혹시 영양가있는 날개달린 곤충도 꿀꺽 하셨는지 ㅎㅎㅎ
농 입니다

레르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레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미 제가 먹은걸로 물어보시는것 같아
농지거리로 이해되어 조금 불쾌합니다...ㅋㅋ...

그 비행사가 시라는 단맛을 알아버린 자아일수도...
맛갈스럽다는 아니고 소주 반잔정도 삼킬 수 있는 정도지요
건필하세요~~

힐링님의 댓글

profile_image 힐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죽음과 맞닿아 있는 그 선을
그으며 고뇌 하는 치열함을
담아내는 비법함이 더 돋보여 
가슴을 서늘하게 합니다.
그 시선이 향하는 곳은
그만큼 아프다는 반증 일 것입니다.

레르 시인님!

레르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레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너무 세심하게 파헤치는 것은 아닌지요
알듯 모를듯 하는게 흥미로운데
들통나면 재미없는게 시 세계 아닌가요?...ㅎㅎ...

힐링님 덕담에 좀 더 분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날 좋은 웃음이 함께 하시길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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