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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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290회 작성일 23-02-04 18:54본문
식탁에 앉아
밀가루 소시지를 아시나요
후배 녀석은 추억의 소시지라고 부르더군요
소시지가 추억이라니,
식탁에 앉은 큰아들이 고갤 가로젓습니다
4 교시 종이 울리면 부리나케 친구 몇이 교실문을 박차고 나갔습니다
녹슨 수도꼭지를 엄지와 검지로 말아 거머쥔 채
등짝에 붙은 어머니 젖을 힘껏 빨아 넘기듯 목젖으로 꾹꾹 삼켰습니다
배고픔은 우리에게 아픈 상처는 아니었어요
뭐랄까요,
친구에게 절대 들켜서는 안 될 대지비만하게 뚫린 지린 속옷 같은 것이었죠
내 아버지는 밥상머리에서 꿈에서도 본 적 없는 보릿고개를 말씀하셨죠
한 톨의 밥알이 밥그릇에 파리처럼 착 달라붙은 날이면
파리채 보다 큰 아버지의 손바닥이 마술사처럼 제 얼굴로 별무리를 그립니다
그 붉게 달아오른 별똥별의 궤적을 따라 걸어가면
지난밤 꿈속의 하늘호수에서 내 속울음처럼 찰방거리던
동그란 밀가루 소시지가 달빛으로 모락모락 피어오릅니다
내 유년의 그림일기 속 어떤 날의 풍경을 장만한 아내가
늦은 저녁을 데웁니다
댓글목록
다섯별님의 댓글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학생때 소시지가 먹고싶어
찬구녀석이랑 긴 밀가루 소시지를 둘이
나누어 먹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집에는 퇴근하셨는지요 ㅎㅎ
아니면 올밤?
잘 감상하고 가옵니다
입춘이라 하여도 칼바람이오니 감기 조심하세요
콩트님의 댓글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오늘 저녁 끼니를 때울 땟거리는 장만하고 왔습니다 ㅎㅎ
저녁은 드셨는지요?
시인님께서도 감기 조심하시고
늘 부족한 저의 글을 찾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편안한 저녁 보내시고요
^^,
레르님의 댓글
레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릇에 붙어 수분이 말라버린
밥풀떼기같은 그런 하루였는데...
콩트님 글을 보니 그런날들도 있었지 하며
계란후라이 하나에 이거저거 썩어 색키~~색키하며 흔들어 제끼든
웃음이 끊어지지 않던 아이하나 발견합니다...ㅎㅎ...
그냥 지금은 심지있는 곤로에 소풀 찌짐하나 먹고 싶은 밤입니다
엊그제부터 과거로 비행하는 시간이 많아지는것 같습니다
건필하세요~~
콩트님의 댓글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리는 각자
모양과 색깔이 다른 옷을 입고 살아가지만
서로가 이 좁은 해안가를 벗어나지 못한 채
옹기종기 모여 부대끼며 살아가나 봅니다
들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레르 시인님,
휴일 잘 보내세요
삼생이님의 댓글
삼생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말 좋은 시입니다. 훌륭합니다. 다만 이 시가 수작이 되려면
뺄 것은 빼고 감동의 깊이를 더할 수정이 필요합니다.
제가 볼 때는 머지 않아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인의 탄생이 눈앞에 있습니다.
놀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