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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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45회 작성일 23-02-09 14:24본문
폐가
도심을 벗어난 도로 옆
무너진 담장 사이로 피폐한 몰골이 보인다
풀어헤친 앞섶 사이로 드러난 앙상한 뼈대
마당에 누운 창호문의 창백한 얼굴들
언제 왜 떠났을까, 어디로 갔을까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질문에
잔설 한 줌 던지고 사라지는 바람
내 일은 아니지만 왜 이리도 마음이 시릴까
어느덧 나와 맞닿은 추억의 고리를 잡는다
기왓장에 피던 와송과 함께 사라진 나의 생가
더는 버틸 힘이 없어 무너진 삼백 년 내력의 고택
객지를 떠돌다 찾은 고향의 생가는 터만 남았고
밭으로 변한 집터엔 고랑마다 눈물이 고였다
호랑이처럼 무서웠던 할아버지
자식들 뒷바라지 때문에 소를 팔러 가시던 아버지
종가댁 외며느리로 고생만 하시다 가신 어머니
거짓말처럼 아무도 없는 고향에 다녀오는 길
무심히 들어온 백미러에
낡은 집 한 채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댓글목록
金富會님의 댓글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폐가를 보며......
내 가계의 내력과 바람이 더듬어 간 세월의 흔적들
/집터엔 고랑마다 눈물이 고였다/
/무심히 들어온 백미러에/ 낡은 집 한 채 덩그러니 앉아있다/
화자의 심상이 잘 보이는 좋은 표현인 듯합니다.
잘은 모릅니다만, 시는 감정의 진솔한 표현이 우선이라고 합니다.
표현의 화려함을 떠나
곡진한 생의 뒤안길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길이 어쩌면
진정한 시적 아름다움 아닐까 싶습니다.
안산 선생님의 좋은 작품 잘 감상하고.
미천한 감상 한 줄 남깁니다. 건강하고 강건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음악 참 좋습니다. 현을 타고 흐르는 선율이 계절을 재촉합니다. 가는 계절인지 오는 계절인지 모를 시간이 만든
계절을.............
안산님의 댓글의 댓글
안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존경하는 김부회 시인님이 주신 격려의 말씀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시인님께서 집필하신 평론집 " 시는 물이다 " 와 시집 " 러시안 룰렛 " 을 읽으며 시에 접근하는 방법과
요령을 터득하고 있습니다만 역시 쉽지 않음을 절감합니다.
그래서 습작이나마 한 걸음씩 닥아가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만 마침 시인님의 귀한 말씀에 한껏 고무된
감정을 숨길 수 없습니다. 시는 진실한 감정의 표현이 우선이라는 말씀 깊이 새기겠습니다.
평소 좋아하는 첼로곡으로 한 곡 첨부하였습니다만 좋다고 하시니 다행입니다.
계묘년 새해 늘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기를 축원합니다. 김부회 시인님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가 넘 좋네요. 폐가로 저도 시를 써 봐지만 이렇게 문학적으로 빚어 내셨다니
곳곳 표현이 넘 좋습니다.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안산 시인님.
안산님의 댓글의 댓글
안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장희 시인님
부족한 글에 대하여 이렇게 격려의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 시 같은 시를 써볼 수 있을지 까마득 합니다.
오늘 일찍 외출을 했다가 이제 막 돌아와서 답글을 올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