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成人) > 창작시의 향기

희망이 서슬 퍼런 서릿발 면도날이 되고 나서야, 절망이 말하기 어려우리만치 따뜻했다. 현상 유지조차도 벅차다며 몇 번쯤 떠들었지만, 어떻게든 눈을 뜨게 만들려는 세태를 두고서, 준비되지 않은 홍채와 조리개로 받아들인 햇빛 아래의 세상이란, 한편으로는 차디찬 침묵만을 동반할 뿐이었다. 이해와 수용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느니, 으레 하던 그대로 눈두덩이에 가치를 쑤셔넣어, 적응하지 못한 이들로 하여금 화형에 가까운 유기형을 처분할 따름이었다. 그제야 늦은 깨달음; 누군가의 봄은 다른 이의 겨울이었음을, 자아의 숨이 끊어지기 직전에서야 퍽 얄궂게도 곱씹는다. 고작……고작 이따위 것이나 바라고 있었다니, 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