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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애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287회 작성일 23-02-12 14:41

본문

​퇴근길 애인


​    하늘시

​검은 봉다리 속에서 천국을 갈망하는

김밥 한 줄과 손잡고 걸어 가는

이 순간을 주선한 것은 아니었소

무심코 맺어진 주린 배의 홀연한 인연과

하루치 사명위에 허기진 운명값을 지불함으로

칼을 든 시간을  짬스럽게 자름으로

비로소 성사 된 만남이었소

갑시다

뜨겁게 체취한 태양의 골수를 메고

크로스 백에 굽은 등 지고 가는 하루의 언약처럼


군청색 짙은 바바리가 군말없는 단추를 열면

무채색 옅은 바람이 팔짱을 끼어 준다오

머리카락과 허공 사이에는 몇가닥의 정체성이

떠도는 구름 한 점과 눈을 마주치지만

당장 울음을 꺼낼지는 의문스럽소

거리에는 낙엽이 없어서

밟히는 외로움도

떠도는 그리움도 없을 것 같소

팔짱 끼고  손 잡고 엉켜가는

독백의 자유와 독단의 진리를 펄럭거리는

바바리 끝단에는 굳이

이해 안해도 무방한 ​내일의 거추장이

염려를 훑어 낸다오

단순하고 무식해서 더 정이가는

가로등의 생각이 줄줄이 드러나면

무의식에 포착 된 생의 낙엽들이

어둑어둑한 삶의 뒷덜미 한 컷 찍어 주겠지요


갑시다

자존심  둘 둘 말린 검은 봉지 속 

천국을 붙잡는 초자아의  애정 안으로

팔목을 감아 칭 칭 늘어지는 본능에 매여

핏기잃은 손가락 지문이 가슴 앓이를 시작한다오


퇴고없는 밤의 적막에 목 메이면

별 한사발 따라 주시구료


댓글목록

레르님의 댓글

profile_image 레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퇴근길
밟아도 소리내지 않고 다가 온 그리움이 아니질라도
삶의 약한 뒷덜미를 눈치 챈 친구가 아니질라도
공감된 한 사람으로서 걸쭉한 막걸리  한사발 따라 주고 싶은 맘입니다

너무 잘 넘어간 시어에 취권으로 안부 하나 놓고 갑니다
좋은 날 좋은 시간으로 채워가시기를....

하늘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퇴근길을 함께하는 시간들은 매일매일이 애정입니다

공감의 막걸이 한사발 잘 마시겠습니다

좋은 날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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